버려졌던 대밭을 공원 만들어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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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죽녹원의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휴일엔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바람에 인파에 떠밀려 걸어야 할 정도다. [담양=프리랜서 오종찬]

14일 오후 2시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竹綠園) 입구.

대형 관광버스 10여 대와 승용차 80여 대가 주차장과 주변 도로를 가득 채웠다. 매표소 앞에는 10여 명이 줄을 서 있다. 평일인 이날 입장객은 3000여 명. 죽녹원 직원 박문길(57)씨는 “주말과 휴일에는 1만 명 안팎이 몰려 주차전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하루 2만 명 이상 오는 날도 있다고 한다.

농촌의 대나무 공원인 죽녹원에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2005년 3월 개장한 죽녹원은 입장객이 첫해 31만 명에서 2008년 81만 명으로 증가하고, 지난해는 130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1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입장료는 지난해까지 1000원(어른 기준)씩 받다 올 1월 2000원으로 올렸는데, 지난해 8억3004만원을 포함해 그간 수입이 24억원이 넘는다. 올해 안에 시설 투자비(29억원)를 회수하고도 남을 전망이다. 주영찬 담양군수 권한대행은 “죽녹원만큼 적은 투자로 많은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예가 전국적으로도 드물다”고 자랑했다.

죽녹원은 지역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인근에 새로 문을 연 음식점이 20곳이 넘고, 개업하기 위한 건물 신축이 잇따르고 있다.

담양읍의 음식점은 죽녹원이 생기기 전인 2004년 말 98개였으나 현재는 227개로 123%가 늘었다. 음식점 매출도 급성장해 연간 10억원이 넘는 곳이 적지 않다. 식당 주인 정금자(55)씨는 “손님을 한꺼번에 100명 이상 받을 수 있는데, 휴일이면 자리가 모자라 다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담양농협 하나로마트의 이재원(42) 점장은 “주말마다 숙박 관광객이 사 가는 물건이 300만원어치나 된다”고 말했다.

땅값도 껑충 뛰었다. 공인중개사 장두조(64)씨는 “죽녹원과 가까운 도로변은 3.3㎡당 80만~90만원 하던 것이 30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강신겸(문화경영 및 관광 전공)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나무 밭을 죽제품 재료 공급처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대숲 안에 들어가 체험하는 공간으로 개발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발상의 전환=1960~70년대 소쿠리 등 죽제품이 많이 쓰일 때 대나무 밭은 생금(‘살아 있는 황금’의 준말) 밭으로 불렸다. 그러나 80년대 플라스틱 제품이 보급되고 값싼 중국산 죽제품이 수입되면서 대나무 밭은 버려지다시피 했다.

담양군이 2003년 대나무 밭을 사들여 공원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군민들은 “미쳤다”고 했다. 흔한 대나무 밭에 누가 구경하러 오겠느냐는 것이었다. 비방 유인물들도 나돌았다. 담양군의회는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며 관련 조례 통과를 거부했다. 그러나 담양군은 6개월 동안 군의회와 주민을 설득한 뒤 대나무 밭 17만2651㎡(5만2200평)를 38억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대나무 숲 사이로 ▶죽마고우 길 ▶운수대통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선비의 길 ▶철학자의 길 등 8개 주제의 산책로 2.2㎞를 냈다. 전망대·정자·야외무대도 설치했다.

대나무 숲에 조명을 설치, 밤에도 산책할 수 있게 했다. 토요일 저녁마다 야외무대에서 국악 마당을 펼치는 등 문화도 접목했다. 또 죽림욕의 효능을 홍보했다.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아이디어도 채택했다. 죽녹원 앞에는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이 흐르고, 그 둑 위 관방제림(官防堤林·천연기념물 366호)은 수령 300~400년의 거목들이 2㎞나 늘어서 풍광이 좋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선정되기도 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도 집중 홍보했다.

떡갈비·돼지갈비·국수와 대통밥(대나무 속에 쌀을 넣어 지은 밥) 등 특색 있는 먹을거리도 죽녹원으로 사람이 모이게 하는 데 일조했다.

글=담양=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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