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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불황 깊어 렌탈·반품·중고품 사이트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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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사무실을 새롭게 꾸미고자 한다면? 책상.의자.소파.냉난방기.팩스.복사기.문서 세단기.냉온수기 등은 물론 칸막이로 쓰는 파티션까지 렌털 전문업체에서 빌려 쓸 수 있다. 체육대회를 한다면? 천막.아이스박스.음향기기.족구세트.사물놀이 비품에 무전기까지 빌려준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내수기업들이 울상을 짓는 가운데 불황이 호재인 업체들도 있다. 렌털제품.반품제품.중고품 등을 취급하는 일명 '틈새 유통' 비즈니스들이다. 온라인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형화.고급화한 오프라인 전문점들도 속속 생기는 추세다.

# 렌털업체들은 그동안 주력이었던 정보기기 외에 사무용 가구와 스포츠레저용품, 행사진행용품 등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하면서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렌털 포털 '렌탈엔조이'를 운영하는 알앤텍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0% 가까이 늘었다. 이 회사 정기범 팀장은 "빌려 쓰는 게 사는 것보다 최고 30% 정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뒤처리 고민을 안 해도 돼 기업들의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렌털업계 관계자들은 중장비와 렌터카.비디오 등 전문 렌털영역이 구축된 분야를 빼고도 올해 시장규모가 1조원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팩스.복사기 등 각종 정보기기는 빌려 쓰는 추세가 정착됐다. 롯데캐논 한광범 마케팅 계장은 "자체 조사 결과 대기업의 86%가 정보기기를 렌털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소기업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보다 렌털 부문 매출이 80% 정도 늘었다.

# 반품만을 취급하는 전문 사이트들도 호황이다. 홈쇼핑 등에서의 반품률이 20~40%나 되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트는 업체에서 반품제품을 받아 신제품보다 20~30% 싼값에 팔고 있다. 포장을 뜯지 않은 제품, 개봉했지만 쓰지 않은 제품, 렌털한 제품 등으로 등급도 여러 가지다. 반품 사이트 유니즈의 박종관 팀장은 "지난해보다 두배 정도 판매가 늘었다"며 "대형 할인점들과 계약해 이달부터 할인점에서 반품된 제품들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온라인 경매사이트 옥션은 얼마 전 '반품 가구전'에 올린 가구 일부가 경매를 시작한 지 수시간 만에 매진돼 밤늦게 새로운 제품을 다시 올리기도 했다. 옥션 홍윤희 과장은 "올 들어 10여회 반품제품 이벤트를 열었는데 그때마다 네티즌들의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반품제품과 더불어 전시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시로 인해 생긴 흠집이나 때가 탄 사실을 밝히고 싸게 파는 것이다. 스포츠용품 전문 브랜드 '시크'는 할인점에 전시했던 스키용품을 옥션 경매를 통해 1000여개 판매한 뒤 인라인스케이트 고글과 헬멧 등으로 품목을 늘렸다.

# 파인드유즈드.파인드올 등 온라인 사이트에서 팔리는 중고품도 크게 느는 추세다. 파인드올의 중고 수영용품은 지난해에 비해 70%, 헬스용품은 76%, 골프용품은 무려 177%나 매물 등록 건수가 늘었다. 이들 중고용품 중 70% 이상은 한달 이내에 팔려나간다. 중고품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오프라인 가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드오프''라이프샵''리싸이클시티'등은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을 끌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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