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의사커비전] 기대되는 21세기형 전술의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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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월드컵은 역사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부터 4년 주기로 벌어진 월드컵의 역사를 살펴보면 명멸해간 수많은 스타와 새로운 전술을 만날 수 있다.

70년 6월 21일. 10만7천 관중이 가득찬 멕시코의 아즈테카 스타디움에서 브라질은 새로운 역사를 남긴다. 세번째 우승으로 줄리메컵을 영원히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 것이다.

브라질은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펠레.자일징요.토스타오.리베리노 등을 앞세워 4 - 1 압승을 거둔다. 이때 브라질은 4-2-4라는 새로운 포메이션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수비수 4명, 링커(지금의 미드필더) 2명, 포워드 4명의 형태는 극단적으로 공격에 초점을 둔 전술로 월드컵사에 가장 화려한 결승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불과 4년 뒤 세계축구계는 경악 속에 빠진다.

74년 서독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요한 크루이프를 앞세워 현대축구의 모델이 된 '토털 사커' 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공격수.수비수.링커로 구분돼 포지션에 따른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을 모두 날려버린 파격이었다.

공세 때는 수비도 공격을, 수세 때는 공격수도 수비 가담을 주문한 네덜란드 축구는 어느 팀보다 스피드한 경기를 했다. 비록 결승에서 홈팀 서독에 1 - 2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오히려 서독보다 더 각광을 받았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는 '압박 축구' 가 대유행했다. 압박축구의 원조는 서독이었다. 현역 시절 '리베로' 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베켄바워는 감독으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상대에 '시간과 공간' 을 주지 않는 강한 프레싱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아울러 당시 서독이 사용했던 3-5-2 포메이션도 유행을 탔다.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4-4-2가 3-5-2를 밀어냈다. 4-4-2 포메이션은 수비수 4명, 미드필더 4명, 공격수 2명으로 포진시키는 전형이다.

하지만 나라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인 경우가 결승전에서 만난 프랑스와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공격의 시발점을 풀백(카푸.카를로스)에 둔 반면 프랑스는 지단을 꼭지점으로 하는 다이아몬드형의 미드필드에 공격 포인트를 뒀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도 역대 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전술과 시스템, 포메이션이 탄생할지 세계 축구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팀 프랑스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년 월드컵에서도 우승후보 첫 손가락에 꼽히는 프랑스는 당시 한국전에서 언뜻 3-4-3과 혼돈할 수 있는 4-3-2-1을 가동했다. 기존의 3선이 아닌 4선 포메이션은 21세기 축구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의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는 크레스포.바티스투타.베론.오르테가 등 스타들을 앞세워 21세기 축구의 화두인 '속도와의 전쟁' 을 가장 잘 소화하고 있다.

3백일 앞으로 다가온 2002월드컵에서는 분명 21세기 새로운 축구의 모델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기다리는 가슴설렘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21세기 첫 월드컵에서 과연 새로운 전술이 탄생될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자.

신문선 본지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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