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FM '유열의 음악앨범' 2500회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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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TV가 등장한 후 라디오는 조금씩 자리를 잃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의 친구로 남아 있다. 때론 듣는 것이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법.

특히 시대가 변해도 그때 그 자리에 남아 변함없이 음악을 안내해 주는 길잡이가 있으면 우리는 더욱 행복하다. 오랜 친구가 따로 없다.

음악 전문 채널인 KBS-2FM(89.1㎒)의 '유열의 음악앨범' (오전 9~11시)이 4일로 방송 2천5백회를 맞는다. 1994년 10월 1일 방송을 시작했으니, 7년 가까운 세월을 건너온 셈이다. 2FM의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MBC 라디오의 '배철수의 음악 캠프' 가 지난해 방송 10년을 돌파한 데 이은 희소식이다.

이 프로의 장수 비결로는 유열(사진)의 차분하고 전문적인 진행과 장르를 넘나드는 신선한 선곡이 꼽힌다. 팝송을 위주로 하되 국내 가요.재즈.크로스 오버 등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게다가 조수미.장한나.바네사 메이 등 유명 인사들의 게스트 출연이 이 프로에 힘을 실어줬다. 비속어가 판치는 방송풍토에서 유열은 정확한 언어 구사로 지난해 KBS의 '바른 언어상 수상자' 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프로에 대한 유열의 애착은 정평이 나 있다. 본인도 "가족보다 궁합이 잘 맞는다" 고 말할 정도다. 2천5백회까지 오는 동안 그는 단 두 번 불가피한 사정으로 10분씩 늦었을 뿐 펑크를 낸 적은 한번도 없다.

그 사이 그가 꼬깃꼬깃 가슴에 묻어놓은 사연들도 세월의 부피만큼 두터워졌다.

#사연1=미술을 전공한 대학생 커플의 이야기다. 4년 전 두 사람은 '…음악앨범' 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밀어를 속삭였다. 그리고 지난해 봄 갑자기 청첩장이 날아들었다. 얼마후 "결혼했다" 며 그들이 보내온 소포 속에는 직접 빚은 찻잔 두개가 들어 있었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음악앨범' 이 힘이 돼 준 점을 감사드린다" 는 편지와 함께.

#사연 2=지난해 가을 유열은 자선 콘서트에서 다섯살배기 남자 아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의아해 하는 그에게 아이 어머니가 설명을 붙였다.

"첫 방송 때 임신 중이었죠. '음악앨범' 은 태교음악 그 자체였어요. 음악을 들으며 편안하게 아이를 낳았고, 나중에 사연이 소개돼 유모차까지 받았어요. 이 꽃다발은 뒤늦은 보답이에요. "

제작진은 4일 '당신과 함께 한 2천5백일의 아침'이란 특집 프로를 방송하고, 12일 오후 7시30분에는 예술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숲속의 콘서트' 도 개최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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