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오늘 '빼빼로 데이' 업체 상술 짚어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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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돈이란 모으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쓰는 게 중요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돈의 중요성과 함께 올바른 사용법을 일깨워주는 건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지요. 평소 가정에서 실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경제교육을 할 수 있다면 그 효과도 배가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는 경제교육하기엔 좋은 날이지요. 만약 자녀가 빼빼로 과자를 산다고 일주일 용돈을 몽땅 써버렸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혹 이런 날을 위해서는 일주일 용돈쯤이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것도 부족해 부모가 앞장서 반 전체 분량의 과자를 사서 등교하는 아이에게 안겨 주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입니다. 1년 전체 매출의 70%를 11월에 올리고 있는 과자회사의 마케팅에 자녀의 용돈이 축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어요.

물론 재미로 한두개 정도의 과자를 사서 나누어 먹는 게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무엇 때문에 그날을 기념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친구들이 하니까 무턱대고 따라 하는 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우선 자녀에게 빼빼로 데이가 어떻게 생겼으며, 왜 이 날을 기념해야 하는지 물어보세요. 아마 대부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할 겁니다. 더 나아가 빼빼로 데이나 밸런타인 데이.화이트 데이로 가장 이익을 보는 곳이 어디인지 질문해 보세요. 대부분이 과자나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회사라고 답할 거예요.

이때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본에서도 1999년 빼빼로와 비슷한 과자'포키'를 만드는 '글리코'란 회사가 한국의 빼빼로 데이를 모방한 판촉행사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현재 일본 왕의 연호인 '헤이세이 11년'을 맞아 11월 11일을 '포키와 프레츠의 날'로 정해 다양한 경품 행사를 곁들여 '포키'팔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굳이 일본 경험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빼빼로 데이와 같은 '이상한' 기념일들은 많은 물건(빼빼로 과자나 초콜릿 등)을 팔려고 하는 회사 상술이라는 것을 자녀에게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술에 현혹돼 용돈을 다 써버린 다음 후회한다고 해도 그것으로도 오늘의 교육적 효과는 충분합니다. 내친김에 자녀에게 돈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분명하고 정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해 주세요.

김인숙 소비자보호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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