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채시장에 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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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실질금리가 장기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인들이 은행 예금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대신 사채(私債)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져 중국 기업과 부동산 시장의 주요 자금공급원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출억제와 금리인상으로 경기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사채시장을 통한 자금공급을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중국 가계의 제도금융권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사채시장이 번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도 "중국 금융권의 예금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CSFB의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 둥타오는 "올 들어 지난 8~9월에만 최대 170억달러(약 1411억위안)의 현금이 중국 은행권에서 사채시장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10월에는 전체 은행 예금의 3%에 해당하는 1200억달러가 은행권을 이탈한 것으로 추정할 정도로 예금 유출 현상이 심했다.

중국인들이 은행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금리에 있다. 중국 은행들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2.25%인데 5%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3%에 가깝다. 예금을 해두면 앉아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반면 사채시장에서는 연 12% 이상의 높은 이자를 보장해주고 있다. 사채시장은 20%에 이르는 이자소득세도 물지 않는다.

사채시장은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에서 가장 활발하다. 이곳은 친척이나 친구, 이웃 등 안면이 있는 사람끼리 돈거래가 이뤄져 돈을 떼이는 비율이 은행권보다 오히려 낮다.

당국의 규제에도 사채시장이 번창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은행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준 대출금리는 연 5.58%이지만 국유기업들이 국유은행 전체예금의 70% 정도를 끌어다 쓰기때문에 민간기업들은 대출받기가 어렵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이셴룽 금융팀장은 "은행 예금유출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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