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기 '환테크'] 해외송금은 나눠서 천천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 9일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외환 딜러들이 거래 주문을 하고 있다. 이날 장중 한때 1유로당 달러 환율은 1.3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시카고 AP=연합]

원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기업은 물론 개인도 환차손을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팔았던 환율연동 정기예금의 금리가 0%로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외화예금이나 해외펀드에 가입하면서 '환위험을 헤지하지(환율 변화의 위험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사람도 달러 값 하락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 백미경 PB팀장은 "개인도 많은 액수를 달러표시 자산에 투자할 때는 선물환 등으로 환위험을 헤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환율연계상품=은행의 환율연동 정기예금과 은행.증권사의 환율연계펀드가 있다.

은행이 판 환율연동 정기예금은 대부분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높은 금리를 주지만 그 범위를 한번이라도 벗어나면 0~1% 금리를 주는 구조다. 이 때문에 최근 원화 환율 급락으로 0% 금리가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환율연동 정기예금에 가입할 때는 환율이 어느 범위에 있을 때 얼마의 금리를 주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신한은행의 '환율연동 정기예금 3차' 하락형은 원-달러 환율이 1165.9원 밑으로 떨어지면 연 7%의 최고 금리를 주는 구조여서 환율 급락으로 덕을 보게 됐다.

은행.증권사가 판 환율연계펀드도 수익률 구조를 잘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 상당기간은 환율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율 변동폭이 클수록 높은 수익률을 내도록 고안된 상품이 유망하다. 펀드의 경우 환율변동에 관계없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고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 외화예금과 해외펀드=달러표시 외화예금은 금리가 연 2% 안팎에 불과한데 달러 값이 이보다 많이 떨어져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따라서 유럽이나 일본 등과 거래하거나 출장갈 일이 많은 사람은 달러표시 예금보다 강세 통화인 유로나 엔화표시 예금에 가입하는 게 낫다.

은행.증권사 등이 판 해외펀드도 대부분 달러표시 자산에 투자돼 있기 때문에 환차손이 발생한다. 최근 인기를 끈 달러표시 외평채도 한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이지만 달러표시 상품이어서 환차손이 생긴다.

이런 점을 고려해 1만달러 이상의 외화예금이나 해외펀드에 돈을 넣을 때는 반드시 선물환이나 통화스와프 등의 방법으로 환위험을 헤지할 필요가 있다. 외환은행 조성환 차장은 "1만달러의 외화예금에 가입할 때 선물환으로 헤지하면 수수료가 0.5% 안팎 든다"며 "환차손을 감안하면 수수료를 물더라도 환위험을 헤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송금이나 달러 관리=유학생이나 가족이 외국에 있는 경우 송금은 한꺼번에 하지 말고 몇 차례 나눠 하는 게 환차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출장 갈 일이 있다면 꼭 필요한 만큼만 환전하고 나머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쓰고 남은 달러가 있을 경우 원화로 바꾸는 게 좋지만 조만간 다시 달러를 써야 할 일이 있다면 외화예금에 가입해 놓는 게 낫다. 환전 비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