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사·일본교사 공동 역사교재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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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사들이 공동으로 역사교재를 만들어 현장 수업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회장 정용택)은 27일 "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와 내년 초까지 공동 역사수업자료집을 만들어 1학기부터 수업 부교재로 쓰기로 합의했다" 고 밝혔다.

일본역사교육자 협의회는 1940년대 일본의 황국사관에 반대해 조직된 대표적인 역사교사 단체로 현재 일본 내 초.중.고 교사 및 대학교수 3천명이 가입해 있다.

교사모임측은 이에 따라 최현삼(36.서울 중앙고)섭외부장 등 대표단 세명을 31일부터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열리는 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전국대회에 파견, 실무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공동 역사교재 발간은 교사모임측이 지난달 일본측 협의회 상임위원 미야하라 다케오(宮原武夫.68.전 지바대 교수)를 통해 공식 제의, 지난 12일 받아들여지면서 이뤄지게 됐다. 교재는 고대(古代)에서 현재까지 한.일 관계사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한일합방.태평양전쟁 이후의 문제 등 주요 쟁점을 골라 이에 대한 객관적 사료를 토대로 작성된다.

특히 양국의 우익 입장도 함께 실어 편향된 시각을 최대한 배제키로 했다.

교사모임의 鄭회장은 "최근 일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 모임' 이 만든 후소샤(扶桑社) 교과서처럼 양국간 역사해석과 사관이 대립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객관적인 사료들을 비교해 인식의 차이를 줄이도록 하자는 취지" 라고 설명했다.

교사모임은 일본측에

▶왜구와 조선통신사

▶민비 학살

▶조선총독부와 황국신민화

▶강제징용.위안부

▶원폭과 전후처리 등 57개 주제를 제안할 예정이다.

두 단체는 교재 외에도 CD 등 멀티미디어 역사자료집을 만들어 공동수업에 활용키로 했다. 이와 관련, 내년 3월 서울에서 양국 학생들이 제작한 인터넷 홈페이지와 신문.다큐멘터리 중 우수작을 뽑아 역사왜곡 관련 전시회도 열기로 했다.

최현삼 부장은 "공동 교재 발간으로 양국간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혀 교과서 왜곡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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