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카페] 엘비스를 불러냈나, 흥겨운‘김치빌리’리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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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중음악이란 시류를 좇아야 한다. 한데 어떤 음악은 부러 그 흐름을 거스른다. 낡은 기억을 징징징 불러내는 그런 음악, 묘하게 달콤하다. 마치 추억의 풀빵을 한입 베어 문 것처럼. 로큰롤(Rock’n’roll) 전문 밴드 락타이거즈. 그들의 음악 시계는 1950년대 어디쯤 멈춰있다. 세련미 떨어지는 일렉트로닉 기타, 둔탁한 콘트라베이스, 매끈하지 못한 드럼 소리가 듣는 이를 반백 년 전 미국으로 끌고 간다.

락타이거즈는 지난달 발매한 3집 앨범에 대해 “이게 락타이거즈 음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음반”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어 음반을 녹음하며 미국 진출을 준비중이다. 왼쪽부터 에디 타란튤라(기타), 잭 더 나이프(드럼), 로이(베이스), 벨벳지나(보컬), 타이거(기타). [강정현 기자]

사운드만 그런 게 아니다. 패션 역시 50년대 로큰롤 문화를 그대로 옮겼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빼닮은 리젠트 헤어(앞머리를 세워 뒤로 넘기는 스타일)와 깃을 잔뜩 세워 올린 패션을 보고 있자면, 그 옛날 흑백 영화의 한 장면이 불쑥 떠오른다. 벨벳지나(보컬), 타이거(기타), 로이(베이스), 에디 타란튤라(기타), 잭 더 나이프(드럼) 등 이름도 어딘가 수상쩍다.

“수십 년 전에 생겨난 문화지만 전혀 낡지 않았죠. 멤버들의 이름을 영어로 지은 것도 로큰롤 문화를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타이거)

이들의 맨 처음은 정통 로큰롤이 아니었다. 밴드를 결성한 2001년만 해도 펑크 록의 한 줄기를 탐색 중이었다. 로큰롤 주변을 맴돌았지만, 현재 락타이거즈의 스타일로 굳어진 로커빌리(rockabilly·로큰롤과 컨트리가 결합된 초기 로큰롤 뮤직)까진 이르지 못했다. 2003년 발매한 첫 앨범도 로커빌리보다 펑크에 가까웠다.

“정통 로커빌리를 제대로 배울 데가 없었죠. 외국 밴드 비디오를 돌려 보면서 익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로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이들에게 2004년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의 로커빌리 축제인 빅럼블 페스티벌의 초청장을 받은 것. 주최 측이 로큰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들의 사진만 보고 초대했다고 한다.

“패션·헤어 스타일을 보고 믿음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일본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일본에서 만난 로커빌리 뮤지션들에게서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벨벳지나)

이 즈음부터 락타이거즈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일렉트로닉 베이스를 내려놓고 정통 로커빌리 그룹답게 콘트라베이스를 잡았다. 척 베리·엘비스 프레슬리 등 로큰롤 대가들의 음악을 꼼꼼히 들어가며 멜로디 라인이나 리듬을 보강했다. 그들은 지난달 3집을 발매하고서야 “로커빌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 같았다”고 한다. 3집엔 ‘로큰롤 라이센스(Rock’n’roll Licence)’란 타이틀을 붙였다.

“로큰롤은 록의 원형이잖아요. 50년대 미국식 로큰롤에 애잔한 노랫말 등을 더해 우리만의 로큰롤을 빚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타이거)

이들은 한국식 로큰롤에 ‘김치빌리’란 이름을 붙였다. 매달 ‘김치빌리나잇(Kimch-Billy Night)’ 공연을 열어 한국 로큰롤을 소개하고 있다. 관객의 70% 이상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글로벌 콘서트다. 실제 락타이거즈는 외국 팬이 꽤 넉넉한 밴드다. 헝가리·벨기에 등 세계 곳곳에서 앨범 구입 문의가 들어온다. 공연 뒤풀이도 영어로 진행된다. ‘홍대 한류 스타’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음악으로 밥을 버는 일은 요원하다. 다섯 멤버 모두 별도의 직업이 있다. 이들의 꿈은 로큰롤의 본고장인 미국 무대에 서는 것. 영어 버전 녹음을 시작했고, 미국의 한 잡지와 인터뷰도 했다. 리젠트 헤어를 흔들며 미국 무대를 종횡하는 락타이거즈의 당찬 모습이 설핏 그려졌다. 24일 오후 7시 홍대 앞 인디팬 라이브홀에서 3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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