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보험 특혜 논쟁 다시 수면 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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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농협 보험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보험회사들은 농협 보험을 허용하면서 정부가 지나친 특혜를 준다고 반발하고 있다. 농협은 농협대로 “특혜는커녕 농협이 원하는 방향과는 무관하게 법이 개정된다”고 비판적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농협 개혁 차원에서 농협 공제사업 부문을 보험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13일부터 심의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 추진하다 중단했던 개정안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농협 공제사업을 보험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감독 창구를 금융당국으로 일원화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금융위원회에서 보험회사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농협을 각각 감독했다. 이 때문에 불공정 경쟁 논란이 컸고, 긴급한 사고가 벌어질 경우 대응 능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농협 보험으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유예조항이다. 농협은 50년간 조합원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팔았다. 중앙회 1135개, 지역조합 4360개가 판매 창구였다. 2008회계연도 기준으로 농협의 총자산(생명보험)은 27조8000억원대로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4위다. 연간 보험료도 7700억원 정도가 들어와 보험업계 빅3의 다음 자리를 잇고 있다. 이런 공제사업 부문이 보험회사가 되면 농협은 전국적으로 사업을 쉽게 확대할 수 있다. 보험회사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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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들이 가장 반발하는 내용은 보험업법에 규정된 ‘방카슈랑스 룰’을 농협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 보험은 5년간 이 룰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방카슈랑스 룰이란 금융회사가 보험 상품을 팔 때 특정 보험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25% 이하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농협은 첫해에는 농협 보험을 100%까지 팔 수 있다. 2년차부터 이 비중을 15%포인트씩 줄여 6년째부터 25%까지만 팔도록 했다.

보험업계는 이런 식의 특례는 보험업법을 무시하고 불공정 경쟁을 일으킨다고 반발한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농협공제가 보험회사로 전환하려면 보험업법에 따른 정식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오히려 농협법으로 특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은 농협대로 불만이다. 애초에 10년이었던 특례 기간이 단축됐기 때문이다. 농협 이재근 차장은 “공제사업이 보험사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10년 정도 특례를 보장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종신보험 판매 여부도 쟁점이다. 현재 은행에서는 저축성 보험만 팔 수 있다. 종신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을 팔 수 없다. 하지만 농협은 공제사업을 하면서 종신보험을 팔아 왔다. 보험사로 전환하더라도 농협은행(농협법 개정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농협은행이 된다)에서는 종신보험을 5년간은 계속 팔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 업계는 “농협은행에만 5년간 종신보험 판매를 허용해 주면 이 기간 동안 보장성 보험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농협의 보험사업 진출로 기존의 보험설계사들이 실직할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농협보험이 농촌지역에서 영업을 본격화하면 읍·면 또는 중소도시에서 활동하는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농협은 농촌지역에서 활동하는 보험설계사가 많지 않은 데다 방카슈랑스 도입 때를 보더라도 오히려 민영 보험사의 설계사 수는 늘었다고 반박한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위는 14일까지 법안심사소위를 열며, 상임위 최종안은 16일께 전체회의를 열어 확정할 예정이다. 국회는 농협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이달 말께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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