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같은 조에서 경기한 최경주는 전혀 요동하지 않았다. 마치 터널 속에 들어간 기차처럼 앞만 보고 경기했다. 전반, 그는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았다. ESPN방송의 해설자는 “최경주가 존 속에 있다(IN THE ZONE)”고 했다. 우리 식 골프 일상어로 표현하면 ‘그분이 오셨다’쯤 된다. 아무것에도 방해 받지 않고, 완벽한 리듬을 유지하며, 홀은 훨씬 커 보이는 극도의 집중력을 갖춘 상태를 말한다.
핸디캡 1인 10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5m에 붙여 버디를 잡았을 때가 하이라이트였다. 최경주는 4타를 줄여 12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섰다. 다른 경쟁자들의 샷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최경주는 샷감과 집중력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이때 내기를 했다면 모두들 최경주에게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때부터 선두라는 중압감이 그를 누른 것 같다. 아멘 코너의 첫 홀인 11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할 때 그의 표정은 전보다 굳어 보였고 공은 홀에 미치지 못했다. 7m쯤 되는 거리였지만 훨씬 더 어려운 퍼트도 쑥쑥 집어넣던 그의 퍼팅 감으로 보면 넣을 수 있는 거리였다.
4라운드 내내 함께 경기한 최경주와 우즈는 똑같이 11언더파 공동 4위로 경기를 끝냈다. 18번 홀 그린으로 올라오면서 72홀을 함께 싸운 전우는 잠시 손을 잡고 우정을 나눴다. 최경주는 “갤러리가 타이거를 열렬하게 응원해 중압감이 많은 상황에서 내 샷과 내 전략대로 게임한 것은 귀중한 수확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우즈도 자기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파를 할 때마다 다가와 ‘아주 잘했다’고 말해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했다. 우즈는 “지난 수년 동안 최경주와 많은 경기를 했는데 영어가 많이 늘어 대화가 좀 더 길어졌다. (최경주의) 샷도 좋았고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우승 갈림길 파5 13번 아멘홀
최경주, 투온 노리다가 보기
미켈슨, 나무 사이 뚫고 버디
72홀을 함께 돈 최경주와 타이거 우즈가 마지막 홀에서 서로 손을 다정하게 잡고 걸어가고 있다. [오거스타 AP·로이터=연합뉴스]
◆미켈슨 : 티샷은 오른쪽 소나무 숲에 떨어졌다. 앞에는 나무 두 그루가 버티고 있었다. 나무 사이의 간격은 2m 남짓, 핀까지 거리는 200야드. 미켈슨은 레이업하지 않고 6번 아이언으로 나무 사이를 뚫어 핀 1.2m 옆에 공을 세웠다. 이글은 실패했지만 버디를 잡아 3타 차로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