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존스톤 연출 '쥬라기 공원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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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다이 하드' '나홀로 집에' '로보캅' '백 투 더 퓨처' 그리고 '쥬라기 공원' .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작품성을 떠나 오락성으로 재미를 보았으며 전편의 흥행 성적을 등에 업고 3편까지 제작된 '명' 이 긴 할리우드 대중영화다.

상상을 초월하는 모험담으로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가 다시 건져내는 전형적인 전법을 쓰고 있는 것도 공통된 특징이다. 그런데 모두 3편에 이르러서는 전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재나 구성으로 관객들의 꾸지람을 호되게 듣기도 했다.

'쥬라기 공원3' 역시 그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 라고, 이 영화는 전편의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업고 있는 동시에 다른 3편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역력해 재미나 볼거리 면에서 결코 녹록지 않다.

공룡들의 낙원으로 변한 이슬로 소르나섬(전편에서 존 하먼드란 재벌이 세운 쥬라기 공원이 있었던 곳) 근처에서 패러세일링을 즐기던 소년 에릭(트레버 모건)이 실종된다.

커비(윌리엄 메이시)와 아만다(티아 레오니)는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사이비 재벌로 둔갑한 뒤 고생물학자 그랜트(샘 닐)박사에게 접근해 "막대한 연구비를 대겠으니 길잡이가 돼 달라" 고 속여 그와 함께 섬으로 향한다.

영화의 액센트는 역시 현란한 특수효과로 빚어낸 가공할 괴물들. 징그러우면서도 간혹 귀여운 면을 보이는 익룡 페라토논이 등장, 유려한 비행솜씨와 잔혹함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공룡계를 평정했던 티라노사우러스(T렉스)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막강 공룡 스피노사우러스도 나와 포효하며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근육과 살이 따로 움직이게 만든 신기술 덕에 공룡들은 한결 생생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

하늘에서 땅.강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조여오는 공룡들의 인간 공략기 중 익룡이 사람을 낚아채 비상하거나 익룡의 새끼들이 어린 에릭을 사정없이 쪼는 장면, 그리고 스피노사우러스가 강물 속에서 인간을 습격하는 장면은 관객의 어깨를 움찔하게 만든다.

반면 신선할 게 없고 작위적인 흔적이 역력한 이야기 구성, 단역들은 빨리 죽고 주인공만 살아남는다는 '문법' 을 결코 어기지 않는 등의 식상함은 속편의 '업' (業)인듯 보인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제작진은 "살길은 이것뿐" 이라며 처음부터 볼거리에 승부수를 띄운 게 분명하다. 상영시간이 채 90분이 되지 않는데도 두 시간 내내 만화 같은 현란함으로 '봉사' 했던 '미이라2' 에 비해 오락영화가 가져야 할 서비스의 미덕도 부족하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 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샘 닐이 첫 편에 이어 다시 나온다. 연기파 배우인 '파고' 의 윌리엄 메이시와 '패밀리 맨' 의 티아 레오니가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주인공들.

실력을 갖춘 연기자들이지만 이번에는 왠지 공룡의 숲에서 우왕좌왕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총제작자로 물러앉고 연출을 자신의 특수효과 담당이었던 조 존스턴에게 넘겼다. 존스턴은 '쥬만지' '옥토버 스카이' 등 어린이 어드벤처 액션물에 능한 감독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20일 개봉.

신용호 기자

스필버그는 3편을 찍어 "장사속이다" 라는 비난을 받느니 대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시나리오 초고를 남긴 'A.I' 을 택함으로써 미국에서 한창 주목을 받고 있다. 현란한 그의 영화 만큼이나 '꾀 많은' 현실 속 선택에 또 놀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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