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의 해외 나들이가 잦아지고 소재도 다양화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와 홍콩 영화제에 동시 참가했고, 홍콩 영화제에 출품한 '살아있는 령혼들' 은 수출 계약까지 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23회 모스크바 영화제에 '살아있는 령혼들' '홍길동' 등 5편을 비경쟁 부문에 출품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홍길동' 과 '살아있는 령혼들' .
러시아 브레먀 노보스테이지(紙)는 해방 직후 한국인 징용자들을 태우고 귀환하다 폭파된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 사건을 다룬 김춘송 감독의 '살아있는 령혼들' 을 높게 평가했다. 제작 규모, 선박 파괴 장면, 새로운 삶을 기대하는 젊은이의 사랑이라는 주제 등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한 것.
그러나 카메론 감독이 멜로 드라마에 중점을 둔 반면 金감독은 영화를 역사적 연대기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살아있는 령혼들' 은 지난달 27~29일 열린 홍콩 영화제에서도 현지 영화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홍콩에 첫 진출한 영화인 데다 이데올로기가 비교적 덜 반영된 '상업영화' 였기 때문이다.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본 한국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영화 대사 일부만 손질하면 국내에 수입해 상영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 이라고 평했다.
최근 북한 언론들은 '살아있는 령혼들' 처럼 색다른 소재를 다룬 영화를 집중 소개하고 있다. '생의 흔적' '도라지꽃' 등 여성들의 적극적인 활동상이 담긴 영화가 대표적 사례.
'생의 흔적' 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금까지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야" 라고 말했다고 최근 북한 방송이 보도했다.
이 영화는 남편을 잃은 후 협동농장에 자원한 주인공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농토를 가꿔나가면서 지역 사회의 지도층 인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87년 작품인 '도라지꽃' 역시 한 젊은 여성이 사랑도 뒤로 한 채 "고향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 며 농촌을 지키다 죽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북한 최고 인기배우 오미란이 주연했다.
그러나 북한 영화계에 불고 있는 변화바람이 제작 스타일의 근본 변화나 남북 영화교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살아있는 령혼들' 과 '홍길동' 은 인터넷 북한네트(nk.joins.com) '사진/동영상' 코너에서 볼 수 있다.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