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시컨벤션센터 조경 대나무 말라 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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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6월 준공한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조경용으로 심은 대나무 상당수가 말라 죽어버려 말썽이 되고 있다.특히 대나무 고사는 이식 시기를 잘못 잡았기 때문으로 드러나 준공시기에 맞추기 위한 졸속 조경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지난 12일 오후 4시쯤 부산 해운대구 부산전시컨벤션센터 뒤편 뜰에서 4명의 작업 인부들이 죽은 대나무를 파내고 새 나무로 교체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나무 교체작업을 지켜본 金 모(40 ·부산 해운대구 좌동)는 “대나무를 심은 지난 봄부터 나무가 누렇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며 “외국인들이 자주 오는 국제컨벤션의 조경을 엉터리로 했다는 증거”라며 꼬집었다.

인부들이 최근 교체한 나무는 모두 5백여 그루.지난 3∼4월에 심었던 대나무 3천여 그루 중 16%가 말라 죽어버렸다.

또 잎이 시들고 있는 대나무가 상당수에 이르러 교체해야 하는 나무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나무가 말라 죽은데 대해 조경업계에서는 “대나무 이식 적기가 아닌 시기에 대나무를 옮겨 심었기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다.

식물전문가들은 “대나무 이식에 가장 좋은 시기는 장마철 직후”라며 “준공식 행사를 위해 멀쩡한 나무를 앞당겨 이식해 죽이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BEXCO는 주변을 대나무 숲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부림조경(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에 맡겨 컨벤션센터 앞과 뒤,수영로 변 등 3백여 평에 대나무를 심었다.

부림조경 권순한(56)사장은 “컨벤션센터의 준공에 맞추다 보니 이식에 적합하지 않은 시기인 3∼4월에 나무를 심게 됐다”며 “대나무의 뿌리가 잘 내리도록 대나무 전문가 3명을 배치해 관리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BEXCO 시공회사인 현대건설 조경담당 김의중(39)부장은 “하자보수 기간 2년에 하자보수 보증금이 3천만원이 책정돼 있어 하자보수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식 후 누렇게 변했던 나무들이 최근 생기를 되찾고 있어 크게 걱정 할 것이 못 된다”라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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