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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변에 점액질 섞이면 장염 … 푸르스름한 녹변은 큰 문제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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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우리가 입으로 섭취한 각종 음식은 대변이 돼 항문으로 나오기까지 약 9m에 달하는 ‘소화 여행’을 떠난다. 영양소 등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은 위나 장에서 흡수되고 쓸모없는 찌꺼기가 바로 대변이다. 흡수되지 않은 음식과 장내 세균의 집합체다. 대변의 3분의 1은 세균이나 그 사체. ‘더럽다’ ‘구리다’며 기피하는 대상이지만 대변은 건강과 관련된 소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색깔·모양·냄새·성분이 건강의 척도가 된다. 특히 어디가 불편하고 아픈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기의 변은 잘 살펴야 한다. 몸 상태를 파악하는 데 소중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아기 변은 황금색 … 냄새도 심하지 않아

색깔로 아이의 건강을 알 수 있는 시기는 신생아 때나 많아야 3세까지다.

건강한 아기의 변은 대개 황금색이다. 신생아의 장내엔 비피더스균·유산균 등 유익한 균이 많아 대변이 노랗게 똑 떨어진다. 냄새도 약간 시큼할 뿐 구리지 않다. 아기의 변 색깔이 붉은색·검은색·흰색이 아니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변 안에 붉은색 덩어리가 약간 섞여 있고 아기가 평소처럼 잘 놀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화되지 않은 딸기·수박·토마토 등 붉은색 과일이 원인이기 쉬워서다.

변에 코 같은 피가 섞여 나오거나 혈변은 아니어도 코 같은 점액질이 섞여 있으면 세균성 장염 탓일 가능성이 있다.

케첩처럼 빨갛고 젤리처럼 걸쭉한 변이라면 장중첩증일 수 있다. 장이 꼬이는 장중첩증이 있으면 아기가 5분가량 자지러지게 울다가 1시간 정도 괜찮아졌다가 다시 5분가량 심하게 우는 증상이 반복된다.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응급 상황이다. 딱딱한 변 때문에 항문이 찢어진 경우 하루에 4~5번, 한 번에 10분 이상씩 따뜻한 물로 좌욕시킨다.

철분제·시금치 먹으면 검은색 대변 볼 수도

아기의 변이 검은색이면 철분제·시금치·감초 등 대변을 검게 보이게 하는 약이나 음식을 먹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한다. 이 경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검은색 변이 계속 나오면 소화기관에 출혈이 있거나 엄마의 젖꼭지에서 나온 혈액을 삼킨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생후 3개월 이내인 아기의 변이 아이보리색이면 담즙 분비 장애가 의심된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 담도폐쇄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쌀뜨물 같은 설사를 계속하면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한 장염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의 변 색깔이 녹색이면 크게 당황하지만 대개는 별문제가 없다. 변이 대개 황금색을 띠는 것은 담즙 색깔이 노래서다. 변이 장에 머무르면 담즙 안에 있는 빌리루빈 색소가 산화해 녹색을 띤다. 아이가 잘 놀고 잘 먹고 쑥쑥 잘 크고 있다면 푸르스름한 녹변을 보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변비 생기면 감·바나나 먹이지 말아야

만 3세 이후부터 초·중·고교에 다니는 어린이·청소년이라면 변의 색깔보다 굳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토끼똥’은 모양이 동글동글하고, 색이 진하며, 굳기는 단단하다. 변비로 진단되면 아침식사 뒤 화장실에 다녀오는 좋은 배변 습관을 길러준다. 아침 메뉴로는 당근·버섯 등 식이섬유가 많고, 장내 체류시간이 짧은 식품이 변비 예방에 유익하다. 감·바나나는 피하고 채소·고구마·감자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식탁에 올린다.

변의는 대개 대장의 반사와 기립성 반사(아침에 일어나면 장이 자동으로 운동을 시작)를 통해 느끼므로 아침 식후가 생리적으로 배변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물똥’은 설사의 한 형태다. 대개 찬 것을 많이 먹거나 폭식을 한 뒤, 배를 차게 하고 잤을 때 일시적으로 설사가 생긴다. 우유를 마시거나(유당불내증) 항생제 복용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살모넬라균·포도상구균 등 식중독균과 콜레라균·이질균 등 경구 전염병균도 증상의 하나로 설사를 유발한다. 물·스포츠음료 등으로 수분과 열량을 공급해 탈수를 막아야 한다. 증상이 가라앉으면 죽·미음 같은 유동식으로 식사를 재개하는 것이 좋다. 노로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에 의한 설사일 때는 항생제가 무용지물이다.

도움말

강남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윤호 교수·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소아청소년클리닉
장규태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지나 교수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대변 색깔로 알아본 아이의 건강상태

●황금색 자연스럽고 건강한 변

● 붉은색 선명할수록 항문에 가까운 부위에 출혈 가능성 크다.
변비가 주 원인. 장염·장중첩증·우유 알레르기·만성 염증성 장질환 등도 의심할 수 있다.

● 검은색 철분제·시금치·감초 섭취가 원인일 수 있다. 갓난아이의 경우 혈액을 삼킨 것이 원인일 수 있다.

● 아이보리색 생후 3개월 이내의 아기라면 담즙 분비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 쌀뜨물색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한다면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장염일 수 있다.

● 자장면색 위장관 출혈 가능성이 있다.

● 초록색 대부분 별문제가 안 된다. 장기간 지속하면 소화 기능의 이상 여부를 검사한다.

※자료=분당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대변의 모양을 통해 알아본 아이의 건강상태

● 소시지똥 한방에선 최고로 친다, 소화불량이 없어야 소시지똥을 눌 수 있기 때문

● 토끼똥 굳기가 단단하고 냄새가 유난히 심하다
소화력이 떨어져 먹는 양이 적거나 내장의 열이 많은 아이에게 흔하다

● 물똥 덩어리 없이 주르륵 나오는 ‘분사형’, 진득하면서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진흙형’으로 분류. 이 중 아이에게 더 위험한 것은 분사형(탈수를 일으킬 수 있어서)

● 곱똥 곱(콧물 같은 점액성 물질)이 섞여 나오는 변, 한두 차례로 그치고,
발열·복통이 없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자료=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소아청소년클리닉, 함소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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