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책꾸러기] 창작 뒷얘기 들으며 놀다가 … 웃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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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줄줄이 꿴 호랑이』의 권문희(앞에서 둘째) 작가가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꼬리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권 작가는 “책놀이를 하기는 처음”이라며 “내게도 신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달콤한 사탕 바구니 주위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저도 먹을래요! 저도 먹을래요!” 사탕을 입에 넣는 순간, 아이들은 ‘줄줄이 꿰어진다’. 먼저 사탕을 입에 문 아이들 뒤에 서 앞사람 허리를 잡고 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호랑이 머리띠를 한 채다.

10일 오후 부산 대연동 부경대 동원장보고관에서 열린 중앙일보·동원그룹 공동주최 제3회 ‘와글와글 책꾸러기(와! 책)’ 행사는 한바탕 놀이마당이었다. 전래동화 『줄줄이 꿴 호랑이』를 흉내 낸 퍼포먼스에 아이들은 금세 빠져들었다. 책에서 온 산의 호랑이들은 강아지 한 마리를 잡아 먹으려다 혼쭐이 난다. 호랑이들은 온몸에 참기름을 발라 미끄러운 강아지를 꿀꺽꿀꺽 삼키는 바람에 한 줄에 꿰인 굴비 신세가 된다. 자기 몸에 줄을 묶은 강아지가 첫 번째 호랑이 목구멍 속으로 들어가 똥구멍으로 쏙 빠져 나오고, 또 두 번째 호랑이의 목구멍 속으로 들어가 다시 똥구멍으로 빠져 나오고…. 그런 식으로 호랑이들이 몽땅 잡힌 것이다.

아이들도 사탕에 유혹당해 줄줄이 꿰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꼬리잡기 놀이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신나 하고, 주변에 늘어선 부모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다.

이날 행사는 『줄줄이 …』 권문희 작가와 어린이 독자와의 만남의 자리였다. 흔한 ‘대화의 시간’이나 ‘함께 그림 그리는 시간’에서 벗어나, 책을 주제로 뛰어 노는 시간으로 꾸렸다. 이날 행사에 쓸 머리띠를 만들기 위해 권 작가는 50개의 호랑이 그림을 직접 그려왔다. 행사에 참여한 문가온(6·부산 민락동)양은 “내가 책 속의 호랑이가 된 것 같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창작 뒷얘기를 들려주는 순서도 신나는 놀이처럼 진행됐다. 『줄줄이 …』의 모태가 된 충청 지역 민담 채록본을 돌아가며 읽어보는 시간엔 읽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연방 웃음을 터뜨렸다. “옛적에 한넘이 있넌디 아랫묵에스 밥묵고 웃묵에 가스 똥싸고 일이라고는 아무긋도 안했스 으므니는 화가 나스 다런집 아덜언 나무도 히오고…” 경남 양산에서 열 살, 일곱 살, 네 살 세 딸을 데리고 참가한 주의숙(38)씨는 “어떻게 책이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니 책을 접하는 마음이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부산 독자뿐 아니라 인근 울산·진주, 심지어 대전에서 온 독자들까지 여럿 눈에 띄었다. 일곱 살 딸을 데리고 온 배진옥(40·경남 진주시 금산면)씨는 “지방에 살면 작가를 만날 기회가 정말 드물다. 진주가 힘들면 부산에서라도 이런 행사를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KTX를 타고 대전에서 왔다는 이순례(45)씨는 “대전에도 ‘와! 책’행사를 할 장소는 많다. 대전에도 꼭 와달라”며 ‘유치전’을 펼쳤다.

부산=이지영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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