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사원 '리콜'등 노사화합 사례집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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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루표 페인트' 로 잘 알려진 DPI(옛 대한페인트잉크)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직원 1천여명 중 4백여명을 퇴출시켰다. 당시 회사는 경영 상황이 호전되면 재고용할 것을 눈물로 약속했다.

남은 근로자들은 노조.회사 창립일을 자진 반납하는 등 노조를 중심으로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1백56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회사는 99년부터 재고용을 원하는 퇴직자 1백50명을 받아들여 약속을 지켰다.

노동부는 12일 노사관계 모범기업 23곳의 사례집을 발간했다. 노동부는 이들 기업이 ▶열린 경영▶근로자 참여유도▶공정한 성과보상▶지식근로자 육성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 열린 경영=한국후지제록스 다카스키 노부야 회장은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삼겹살 회장' 으로 통한다. 삼겹살을 안주로 직원들과 소주 회식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는 매달 전자우편으로 모든 사원에게 경영 실적을 공개한다. 분기별 실적은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 배포한다.

롯데삼강은 97년 2천7백%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76%로 끌어내렸다. 비결은 사장과 직원간의 '도시락 미팅' . 회사 경영상태를 공개하고 회사 비전을 공유하면서 직원들이 제품 원가를 낮추고 판매량을 늘리는데 힘이 됐다고 한다.

◇ 근로자의 적극적 참여=LG전자 노조 구미2지부는 29인치 완전평면TV의 기획.시장조사.개발.생산을 주도해 판매까지 앞장섰다.

한국소니전자 노조 역시 현장을 순회하며 근로자들의 고충 처리를 전담하고 있다.

◇ 한가족 경영=행남자기는 3대(代).3부자.부자.부부.형제.자매.동서.고부 등 가족이 함께 근무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부산의 신발소재 기업인 동성화학은 96년부터 짝수 해는 사측이, 홀수 해는 노조가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 지식근로자 육성=목재회사인 한솔포렘은 연구논문제.신지식인 포상.자율 독서제.관심분야 연구회 등을 운영하며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유도해 클레임률을 대폭 낮췄다.

노동부는 이밖에 유니온스틸.동국제강.삼성SDI.LG필립스LCD.MEMC코리아.삼성전자.이건산업.삼보컴퓨터.유한킴벌리.한국전기초자 등이 독특한 노사화합 전통을 유지하는 기업으로 소개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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