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이삿짐은 ‘노아의 방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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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동물실험동엔 원래 200쌍의 일반 실험쥐가 있었다. 9일 현재 이들 쥐는 100쌍으로 줄었다. 생쥐도 250쌍에서 200쌍이 됐다. 올해 말 충북 청원 오송 이전을 앞둔 식약청이 올 1월부터 돌입한 ‘저출산 작전’ 결과다. 계속 짝짓기 횟수를 줄여 이전할 때쯤엔 일반 쥐와 생쥐 모두 50쌍씩으로 줄일 계획이다. 식약청이 있는 서울 불광동에서 충북 오송단지까지 150㎞를 이송하는 데 이런 작전을 하는 이유는 옮기는 동안 무균·무진동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등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동물만 ‘노아의 방주’에 태우기로 한 것이다.

식약청 등 6개 국책기관이 오송 이전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사 비용 324억원, 이삿짐 차량만 5t 트럭 1800대가 동원될 이 대규모 이주 작전에서 VIP는 실험동물들이다. 총 2900여 마리다. 질병관리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생쥐 1600마리와 식약청의 원숭이·기니피그·생쥐·쥐·등줄쥐·저빌(모래쥐) 등 6종 1300여 마리다. 최근 신종플루 백신 실험에 이용된 칠면조·토끼 등은 이사 이전에 실험을 마치고 안락사될 예정이다. 만성질환 등을 연구하기 위해 유전자변형으로 개발된 동물은 동결수정란 형태로 만들어 이송한다.

실험동물의 이송 과정에도 엄격한 국제 규정이 있다. 오송행 ‘노아의 방주’도 이 규정을 따른다. 우선 실험실에서 무균 상자에 포장한다. 이어 온도·습도 등 평소 사육환경과 비슷하게 조성된 특수차량에 싣는다. 식약청 김철규 실험동물자원과장은 “실험동물을 이송하는 차량은 정해진 속도로 야간에만 이동하게 된다”며 “동물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송에 도착한 뒤에도 이송 도중 감염된 질병은 없는지 건강검진(미생물 검사)을 한다. 이어 일주일가량 안정을 취한다. 이들이 살게 될 새로운 거처는 사전에 실험용 생쥐를 이용해 ‘새집 증후군’과 같은 유해환경 점검을 끝내게 된다. 김 과장은 “오송단지의 동물실험동은 불광동 건물의 2.5배 규모”라며 “동물별로 제어가 가능한 최첨단 중앙제어시스템을 갖춘 최상급 시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송 단지의 현재 공사 공정률은 80% 정도다. 10월께 완공된다. 그러나 실험용 동물 외에 특수장비나 고위험 병원체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전대상이 많아 이사를 하는 데에만 2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오송행 ‘노아의 방주’ 작전 개념도

① 이송 동물 줄이기(~12월)

- 번식 제한(암·수 격리), 유전자변형 동물은 수정란 형태 보관

- 1만여 마리 중 2900여 마리 선별, 생식동결세포 7500개(5t 트럭 10대분) 준비

② 새 실험실 환경 사전 점검(9~11월)

- 동물용 실험실에 실험용 쥐 담은 우리를 넣어 ‘새집 증후군’ 등 점검

③ 이사(12월~)

- 온도·밝기 조절 가능한 동물 이송 전문 차량, 특수장비 운송용 무진동 차량 등 동원

④ 동물 실험 재개(내년)


김정수 기자

◆오송생명과학단지=정부가 충북 청원군 일대 463만4000㎡의 부지에 조성 중인 최첨단 보건의료 집적단지. 식품의약품안전청·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질병관리본부·국립보건연구원·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6개 국책기관을 한데 모으고 관련 기업·연구소가 들어선다. 2004년부터 866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청사 19개 동은 연말에 완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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