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나이드는 것이 서글프거나 그리 섭섭하지 않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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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월이 주는 선물
조앤 치티스터 지음
이진 옮김, 문학수첩
255쪽, 1만1000원

읽을수록 ‘얼른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희한한 책이다. 시간과 세월과 노년이 주는 선물을 차분하게 우리 마음으로 실어 날라주는 목소리는 영성 작가로 알려진 조앤 치티스터 수녀(72). 다들 젊게 살자고 난리인 세상에서 이토록 고요하고 품위 있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설파하는 힘은 오랜 묵상과 기도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지은이는 이 책을 읽었으면 싶은 이로 노년기에 접어드는 사람, 은퇴자 모임에서 이제 막 첫 번째 우편물을 받은 사람, 아직 스스로를 젊고 건강하다고 믿고 있다가 그런 편지를 받고 화들짝 놀란 사람을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노년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즐기지도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노년의 짐을 벗어 던지고 나이 듦의 선물을 온 몸으로 받아들자고 제안하면서 그는 말한다. “나이 듦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나이 드는 것에도 목적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남아 있는 삶이 점점 내 통제권을 벗어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 떨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구절에서 시선이 멈출 것 같다. “이제 모든 것에 항복하고 받아들일 시간이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우리는 완전한 의존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지난 세월 동안 내가 깨달았던 모든 것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다.”

지은이는 아흔 살에 이 책의 개정판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현재(現在)는 노년의 친구라 했다. 현재와 잘 사귀고 재미있게 놀 수 있다면 노년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진정으로 살아있는 시간이 된다. 구석구석, 어디를 펼쳐도 생각거리가 많은 이 책에서 발견한 말씀의 불로초 한마디.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변화를 잘 견디어 내는 것보다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것이야말로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지탱해 주는 기술이다. 노년의 행복은 바로 그 기술에 달려 있다.”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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