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드라마 첫날 주연은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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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미국)가 144일 동안 갇혀 있던 섹스 스캔들이라는 감옥의 창살을 뚫고 골프 황제의 자리로 돌아왔다.

우즈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제74회 마스터스대회 1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쳤다. 이글 2개에 버디 2개, 보기 2개다.

그의 실력이 녹슬었을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우즈는 스캔들 이전보다 오히려 성적이 좋았다. 유독 마스터스에서는 슬로 스타터였던 그가 1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스터스 한 라운드에서 이글을 두 개 한 것도 그에겐 기록이다.

적어도 첫 라운드에선 방해꾼도, 나체로 필드에 뛰어드는 스트리커도 없었다. 소형 비행기가 우즈를 야유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달고 골프장 상공을 비행한 것이 전부였다. 비행기는 ‘너 부티즘이라는 말이냐?(Did You Mean Bootyism?)’라고 쓴 플래카드를 걸었다.

Bootyism은 ‘Booty(엉덩이를 가리키는 속어)’와 ‘Buddhism(불교)’을 합성한 것으로 보인다. 우즈는 사과 회견에서 “어릴 적 믿었던 붓다의 가르침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었다.

골프장 상공에 뜬 경비행기가 매달고 있던 우즈를 조롱하는 듯한 메시지. ‘섹스 중독? 그래. 맞아. 물론. 나도!’라는 내용이다. [오거스타 AFP=연합뉴스]

이 비행기는 잠시 후 ‘섹스 중독? 그래 맞아. 물론. 나도!”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우즈는 “비행기를 보지 못했으며 봤더라도 경기에 방해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경기에 집중하도록 도와준 갤러리에게 감사한다”고도 말했다.

우즈가 갤러리의 박수 속에서 한 첫 티샷은 페어웨이를 반으로 갈랐다. 8번 홀 이글은 운이 좋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에 떨어졌는데 그린 쪽으로 튀면서 핀 3m에 붙었다. 9번 홀이 압권이었다. 티샷이 훅이 나 그린이 전혀 보이지 않은 위기였지만 커다란 각도로 휘어지는 드로샷으로 핀 3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13번 홀에서는 이글을 하고 환하게 웃었다.

최경주(왼쪽)와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1라운드를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오거스타 로이터=연합뉴스]

그와 함께 경기한 최경주(40)는 더 성적이 좋았다. 5언더파로 공동 2위다. 아멘코너의 마지막 홀인 13번부터 16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최경주는 “우즈와 메이저 대회에서는 처음 동반 플레이를 했는데 약간 긴장도 됐지만 금방 편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를 잡았던 양용은(38)도 5언더파를 쳐 공동 2위다. 재미동포 앤서니 김은 4언더파를 쳤다. 한국 선수의 첫 마스터스 우승 가능성이 생겼다.

6언더파 선두는 만 50세로 올해부터 시니어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레드 커플스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톰 웟슨이다. 61세인 그가 5언더파를 쳤다.

웟슨은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친 후 아쉬워하는 기자들에게 “장례식도 아닌데”라고 말했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장례식은커녕 힘이 넘친다. 530야드 파5인 13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넘기는 등 힘과 정교함을 유지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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