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특집] 올스타 박찬호 '쓴 맛' - '단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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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여름밤의 꿈' 은 향긋한 커피 한잔이었다.

11일(한국시간) '별들의 잔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나선 박찬호(28.LA 다저스)는 설레는 걸음으로 세이프코필드 마운드에 올랐다. 잔치에서 사탕처럼 달콤한 꿈을 기대했던 박선수는 첫 투구에서 '철인' 칼 립켄 주니어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

올스타전이라는 꿈의 무대는 그렇게 커피의 첫 느낌처럼 쌉쌀한 맛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메이저리그의 돌풍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역대 최고 연봉 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를 차례로 잡아내면서 박선수는 향긋한 커피향을 음미하듯 그 꿈을 마음껏 즐겼다.

1993년 12월 31일 글러브 하나만 들고 태평양을 건너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박찬호는 7년여 만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별들만이 밟을 수 있는 꿈의 마운드에 우뚝 섰다.

선발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어 3회말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첫 상대인 40세의 철인 립켄에게 초구 홈런을 허용했으나 이반 로드리게스.이치로를 각각 2루 땅볼로 잡아낸 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이닝 동안 투구수는 11개였고 4회부터는 마운드를 존 버켓(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넘겼다.

박찬호는 0 - 0 상황에서 첫 실점했으며 이후 내셔널리그가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1 - 4로 패해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는 립켄의 홈런에 이어 6회말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매글리오 오도네스(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랑데부 홈런을 때려 5년 연속 내셔널리그를 꺾었다. 그러나 역대 전적에서는 내셔널리그가 40승1무31패로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올스타전을 치른 박찬호는 1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 시즌 9승과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인 16연속 퀄러티 스타트(6이닝 이상 던져 3실점 이하)에 도전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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