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사이버 배우 등장에 할리우드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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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필라델피아' (1993년)와 '포레스트 검프' (94년)로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톰 행크스. 뉴욕 타임스는 최근 그가 실제 배우에 버금가는 연기를 과시하는 사이버 캐릭터들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그가 정성을 다해 연기한 모습이 나중에 컴퓨터 이미지로 변조될 수 있기 때문.

반면 '포레스트 검프' 를 연출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일부에서 우려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배우들이 나이들어 가는 각 단계의 모습을 완벽한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하는 건 멋진 일이지 않은가. "

할리우드가 디지털 배우의 출현에 긴장하고 있다. 27일 국내에서도 개봉할 '파이널 판타지' 가 발단이 됐다. 1억5천만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파이널 판타지' 는 영화사상 처음으로 사이버 인간의 모습을 1백% 재현한 3D 애니메이션.

실제 배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정교해 배우와 작가들의 파업으로 홍역을 치렀던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인력수급 시스템' 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성격이 까다롭지도, 개런티가 많지도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와 비슷한 상황을 다룬 영화까지 준비 중이다. '가타카' (97년)와 '트루먼쇼' (98년)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었던 앤드루 니콜 감독이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만들고 있는 '시몬' 이다.

속만 썩이던 주연 여배우가 촬영 도중 영화를 포기하자 프로듀서가 홧김에 사이버 배우를 대타로 내세워 성공한다는 줄거리다.

로봇들이 인간을 대신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은 수많은 SF소설.영화들의 단골 소재다. 그런데 영화 제작현장에서도 이같은 상상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경이를 느끼기에 앞서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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