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보상법 개정안] 보상규모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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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마련한 법률개정안은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보상금과 명예회복의 구체적 절차를 명시해 주목된다.

또 보상 규모를 실질적으로 높이고 민주화운동 관련 범위를 구금.수배.강제징집.취업거부 등으로 확대했다는 점도 개정안의 특징이다.

◇ 실질적 보상=개정안은 현행 법에 따를 경우 동일한 희생에 대해 지급액의 격차가 심하고 형평성이 없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국가배상법상의 호프만식 계산법은 피해 당시의 월 수입이나 평균 임금에 장래의 취업 가능 기간을 곱한 금액으로 동일한 직종이라도 1970년대 초와 80년대 말과는 열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일례로 전태일씨의 경우 우리나라 노동운동과 민주화에 끼친 큰 영향에도 불구하고 분신자살한 70년 당시 청계천로 평화시장 재단사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고작 8백만원이다. 따라서 개정안은 이같은 맹점을 보완, 민주화 기여도와 상태에 따라 보상액을 정하기로 했다.

신설된 구금자와 해직자에 대한 보상 규정은 이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명예회복 조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또 다른 법률(국가유공자 등 예우와 지원에 관한 법률,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한 예우.보상을 받았더라도 개정 법률과 비교해 명예회복.보상이 미흡한 경우 추가로 보상과 명예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상금을 받으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본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 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총리실 소속이었던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하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3인의 상임제를 도입해 위상을 강화했다.

◇ 문제점=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해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물질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 기업에서 해직된 경우 직접 배상 책임이 없는 국가가 국민 동의 없이 예산으로 보상하는 것에도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 보상금이 대폭 상향 조정됨에 따라 이미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확정된 28명의 사망자와 1백37명의 상이.질병자에게만도 최소 1백50억원을 지출해야 한다. 앞으로 신청자들이 늘어나면 물질적 보상 규모도 커져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김형태(金亨泰)변호사는 "법은 요건이 충족되면 적용하는 것" 이라며 "집시법을 위반해도 위반 동기가 민주화운동의 일환이라면 보상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국가공권력 행사에 편승해 해직 등 조치를 취한 경우에도 국가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인정되면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보상 대상=3선 개헌일인 69년 8월 7일 이후 전개돼온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망.행방불명.부상자와 유죄판결.해직.학사징계를 받은 사람이 대상자다.

민주화운동의 정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 하여 민주 헌정 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 이라고 법률은 규정하고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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