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추모공원 원지동 확정…내년 6월까지는 착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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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시 추모공원(제2화장장) 부지가 서초구 원지동 76 일대(속칭 개나리골) 그린벨트 지역으로 최종 확정됐다.

고건(高建)서울시장은 9일 "기존 벽제 화장장과의 거리와 교통문제 등을 검토한 결과 지난 5일 추모공원건립추진협의회에서 1순위로 추천한 원지동 일대를 추모공원 건립지로 최종 선정했다" 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4년 말 완공을 목표로 늦어도 내년 6월 高시장 임기 안에 화장장 건설을 시작할 방침이다. 서울시내 추모공원은 총 4만9천평 규모로, 화장로 20기를 갖춘 화장장(1천8백평)과 5만위를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6백평) 등 장묘시설이 들어서고 나머지는 공원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당초 계획대로 추모공원 안이나 부근에 시장 공관을 건설키로 했다.

이날 추모공원 건설부지 발표에 대해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박복순 사무총장은 "우여곡절 끝에 국내 처음으로 주거지 인근에 공원형 화장장 건립이 확정됨으로써 매장 위주의 장묘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고 환영했다.

그러나 서초구 주민들은 "주민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서울시의 독단적 결정" 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 향후 추진절차=주민에게 많은 토지 보상가를 지급하기 위해 서울시는 화장장 부지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 설계단계부터 주민 대표의 자문과 감시를 제도화하고 완공 후엔 '주민 환경감시위원회' 를 구성하기로 했다. 기반시설 확충과 취업기회 제공 등의 인센티브도 제시할 계획이다.

시는 서초구와 청계산 화장터 건립반대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센티브는 해당 주민과 직접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시는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에서 화장장으로 진입하는 전용터널(3백50m)을 개설키로 하고▶양재IC 정체를 줄이기 위해 현재 공사 중인 우면산~과천터널 쪽에서 진입도로를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다양한 교통대책도 마련 중이다.

한편 서울시는 2005년부터 5년 단위로 동서남북 4개 권역별로 화장장을 만들고 ▶3만~5만위 규모의 납골당은 시가▶5천~2만위의 중규모는 구가▶5천위 미만의 소규모는 종교단체 등 민간이 설립하되 시가 건립비의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 서초구 주민 반발=추모공원이 들어설 새원마을 등 원지동 주민 2백여명은 이날 오후 3시 화장장 부지인 개나리골 진입로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투쟁위는 11일 오전 전체 회의를 열고 대규모 규탄집회 개최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정하기로 했다.

투쟁위 관계자는 "고속도로 점거 등 집단 행동보다는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부터 해나가면서 시간을 벌고 여론 설득에 나서겠다" 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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