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발레 못추는 춤 없네…뮤지컬 '둘리' 주인공 피터 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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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만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 첫선을 보인다. 만화가 김수정씨의 성공작 '둘리' 다. '명성황후' 제작사인 에이콤인터내셔날(대표 윤호진)이 이를 뮤지컬로 만들어 27일~8월 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등에서 보듯이 만화(혹은 애니메이션)를 소재로 한 뮤지컬은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원작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이런 전략은 이른바 '문화산업시대' 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뮤지컬 '둘리' 도 그런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바람직한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아무튼 개막에 앞서 벌써부터 '둘리' 는 화제 만발이다. 이 가운데 주인공 둘리역이 특히 환한 조명을 받고 있다. 피터 현(사진)이라는 16세 소년. 현재 호주 시드니 뉴타운 공연예술 고등학교 10학년 학생인데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재주꾼이다. 재작년 뮤지컬 안무가 강옥순씨의 추천을 받아 현군의 놀라운 재능을 본 윤호진씨가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열한살 때 '핫 슈 셔플(Hot Shoe Shuffle)' 이란 탭 뮤지컬을 보고 너무 좋아서 곧바로 무용 스튜디오를 찾아갔어요. 그 때부터 온갖 춤을 닥치는 대로 배웠지요. "

부문별로 4~5년씩 연마한 현군의 춤 실력은 정말 현란하다. 주 특기는 탭댄스지만 발레.재즈댄스.현대무용 등 가릴 것 없이 잘한다. 노래실력도 좋고 드럼 연주도 프로급이다.

실제로 현군은 1998년부터 올해까지 호주 최대의 춤 경연인 '호주 춤 선수권 대회' 4년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8개 부문 중 6개 이상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남녀노소 구분없는 '오픈 게임' 이다.

현군은 생후 5개월 때 부모와 함께 호주로 이민 갔다. 그래서 만화 '둘리' 의 명성을 지난해에야 알았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열심히 해서 인기를 끌고 싶어요. " 아버지의 혹독한 교육 덕에 현군의 한국말 실력은 괜찮은 편이다. 장래의 꿈은 뮤지컬 연출가. 공연문의 02-580-1234.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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