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서해안고속도 인천구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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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해안고속도로 인천구간에서 화물트럭들이 과속·난폭 운전을 하며 ‘도로의 무법자’로 군림해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경찰의 단속이 소홀한 심야시간대에는 적재량을 초과한 짐을 싣고 위험한 앞지르기,급차선 변경 등을 일삼아 이곳을 다니는 승용차 운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단속은 심야시간대는 물론 낮시간대(오후 1∼4시)에도 뜸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실태=지난 6일 밤 11시20분쯤 왕복 6차선인 서해안고속도로 1백주년 기념탑∼서창 JC 4㎞구간.

인천항을 출발한 덤프트럭 2대가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가속이 붙기 시작한 이들 차량은 어느새 시속 1백㎞를 넘어 섰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화물트럭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80㎞(승용차 시속 1백㎞).

잠시후 이들 차량은 1·2차선을 왔다갔다 하며 앞서가는 승용차에 클랙션을 울리거나 라이트를 비춰대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깜짝 놀란 승용차 운전자들이 3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날 인천 연안부두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했다는 김준헌(38·의사·서울 잠원동)씨는 “트럭들이 마치 죽음의 레이스를 펼치듯 달리는 바람에 고속도로를 타기 겁이 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쯤에는 모래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차종 볼보)들이 시속 1백∼1백20㎞ 정도로 과속질주했다.

적재함 덮개를 제대로 씌우지 않아 모래가 도로로 마구 떨어져 뒤따르던 차량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곡예운전을 하는 등 위험을 감수했다.

◇사고=지난달 26일 밤 12시쯤 쏘나타 승용차가 화물트럭에 들이받혀 승용차 운전자가 크게 부상을 당하는 등 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1백2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한달 평균 21건에 이른다.화물트럭 적재함에서 떨어진 모래와 자갈 등으로 차가 파손되는 피해 사례까지 합하면 매월 평균 50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입장·대책=경찰은 서해안 고속도로 시점(1백주년 기념탐)에서 서창 분기점 구간 중간 지점에 과속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트럭들의 과속 난폭운전을 단속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미 이를 알고 있는 화물트럭 운전자들이 카메라 설치지점에서 잠시 속도를 늦췄다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제구실을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은 또 이동식 영상자동속도 측정기를 동원해 단속활동을 펴고 있으나 심야시간대에는 전혀 활용하지 않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고속도로 진입지점부터 단속 차량과 직원을 대거 배치해 화물트럭들의 과속·난폭 운전을 사전에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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