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치' 종주국 국제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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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우리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 를 누르고 국제규격으로 승인받았다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세계 1백65개국이 회원인 이 위원회에서 이른바 '식품분야의 국제표준' 을 획득했으니 종주국으로서 체면을 지킨 셈이다. Codex의 식품인증은 농수산 가공식품 분야에서 국제 유통의 기준이 되고 있어 일본의 기무치는 물론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식품을 수출할 때는 제약을 받게 돼 이제 어디에서도 김치의 자리를 함부로 넘볼 수 없게 됐다.

또 '국제적인 식품규격이 없다' 는 이유로 김치를 수입 금지했던 비관세 무역장벽도 넘어설 수 있게 됐으니 수출품목으로서 김치 위상도 높아지게 됐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김치를 먹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고려시대 순무를 재료로 한 무장아찌가 문헌에 등장하고 있어 우리 민족이 김치를 식탁에 올린 지는 거의 7백년이 넘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런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를 상대로 6년간 '절임배추에 여러가지 양념류를 혼합해 젖산 발효에 의해 만들어진 식품' 인지 '단순한 겉절이 식품' 인지를 놓고 일본과 힘겨루기를 해야 했다는 사실은 그간 우리가 얼마나 국제화에 어두웠는지를 말해준다.

세계는 이제 한 울타리 속에 있다. 인터넷은 세계를 그물로 엮어 온갖 정보를 공유하게 만들고 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뒷짐지고 있다가는 어디에서 '제2의 기무치' 가 나올지 모르는 세상이다.

전통식품에 대한 종주국의 지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나아가 이를 세계인이 즐겨 찾는 국제식품으로 만들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농림부는 된장.간장.고추장에 대해서도 지난달 Codex에 국제규격 승인 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들 장류뿐 아니라 불고기.식혜.수정과 등 다른 전통음식들에 대해서도 조리법의 특수성을 밝혀내 국제규격을 승인받는 일을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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