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국회’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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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천안함의 격실이 밀폐되지 않은 상황이면 장병들이 (침몰 이후) 10분이라도 살아있었겠느냐.”

7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나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던진 질문이다. 함미 쪽이 침몰한 이후 격실의 환풍기를 통해 바닷물이 들이닥쳤을 것이란 주장을 펴면서다. “밀폐된 공간에서라면 최대 69시간까지 생존할 수 있을 것”이란 국방부의 예측이 틀렸을 것이란 얘기다. 이 의원은 “군이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고) 허위보고한 것 아닌가”라며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한주호 준위를 죽음으로 몰고간 보고가 어떻게 올라왔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 절절한 바람을 자리보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파렴치한 사기극은 단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69시간이 아닌 69분 동안 (함미에) 물이 다 차서 장병들이 그 물 속에 잠겼을 수도 있다”며 “한 준위의 주검 앞에 무슨 낯을 들어야 할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두 의원은 ‘함미 쪽 장병들이 이미 숨졌을 텐데 군이 헛된 기대감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식으로 따졌다. 이에 김 장관은 “타이타닉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배엔 특정한 공간에 사람이 숨쉬고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실종자를 단 한 명이라도 구출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두 의원의 추궁은 천안함 침몰 직후 정치권이 “왜 적극적인 구조작업에 나서지 못하느냐”며 군을 질책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경우 2일 긴급현안 질의에서 “ (잠수사) 2명씩 들락날락하며 어떻게 46명을 구조하느냐. 어린애 장난인가”라고 호통친 적도 있다.

천안함 침몰이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의원들은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때론 ‘참을 수 없이 가볍기도’ 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 첫날 풍경도 그랬다.

일부 의원은 침몰 원인을 단정적으로 말하면서 정부 측을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천안함 침몰 사건은 북한 군에 의한 도발이 너무도 명백하다. 그런데 계속해서 (정부가) 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가정법을 쓰면서 정부를 공격했다. 그는 “(정부가)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음모설을 탓하고 언론들을 탓하고 군사기밀의 엄중함을 내세워 막다 막다 안 되면 그 다음은 무엇이겠느냐”며 “북한 군부 내 강경파의 도발 가능성을 흘리며 또다시 책임 전가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황당한 논리로 공세를 펴는 질문도 나왔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정 총리에게 “만약 아버지 정운찬이 자신의 아들이 천안함에 실종돼 13일간 갇혀 있었다면, 대통령에게 사죄를 요구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정희 의원은 “새떼가 남북한 간 전면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직후 속초함이 격파사격한 것을 두고 북한이 도발로 판단, 해안포 사격으로 응사했다면 남북 간에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이었다. 해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지 않도록 쐈다”는 해명은 무시한 셈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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