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언론 세무조사 첫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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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일 '법과 원칙' 을 강조했다.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다.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정부 과천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던 중 마무리 부분에 나온 金대통령의 이런 공개적인 발언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나 박지원(朴智元)정책기획수석 등 청와대 비서진도 입을 다물어왔다.

세무조사에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金대통령이 침묵을 깬 것은 무엇보다 "일부 언론사와 야당이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언론장악 음모로 몰아가기 때문" 이라고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이 설명했다.

따라서 金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런 여론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한 참모는 전했다.

金대통령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 조사가 "공정성이 완벽하게 보장되고, (청와대의)어떤 간섭도 없었다" 고 강조한 것은 이런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특히 金대통령이 "검찰 수사에서도 일체의 외부 간섭이 없을 것" 이라고 천명한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다른 관계자가 설명했다.

검찰에 고발된 일부 언론사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데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기서 타협을 모색하면 결국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면 1994년 김영삼(金泳三)정권에서처럼 공개하지 않고 타협할 여지를 남겨야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朴대변인)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건전한 언론발전의 계기' 를 만들겠다고 金대통령은 다짐했다. 한 관계자는 "金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목적보다 이런 도덕적 명분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고 전했다.

또 여권 쪽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으로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해석했다.

이 당직자는 "권력과 언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일부 여권 인사들이 중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그러지 말라' 는 뜻일 것" 이라며 "세무조사와 관련해 여권 내에 긴장감을 주려는 측면도 있다" 고 해석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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