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의정서 미국입장 지지 속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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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이 지난달 30일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망외(望外)의 소득을 올렸다고 득의만면해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온실가스 배출 삭감을 의무화한 교토(京都)의정서를 거부해 유럽 등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아왔는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미국 입장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와 언론은 고이즈미가 "나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 실망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협력없이 (의정서 이행을)추진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한 대목을 거론하고 있다.

1일 '폭스 뉴스 선데이' 란 TV 대담에서 스펜서 에이브러햄 미 에너지 장관은 "미.일 정상회담으로 교토의정서가 사문화됐느냐" 는 질문에 "효력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고 단언했다.

그는 "교토의정서가 부과하고 있는 완전히 불공정한 내용을 따르는 대신 다른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당연한 것이며 나는 일본이 그런 입장에 동조한 것이 기쁘다" 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자에서 "일부 교토의정서 옹호자들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약을 준수하려는 유럽국가들의 입장에 일본이 가세해주길 희망했었다" 며 "일본이 유럽측에 가담하면 이 의정서상의 온실가스 배출 규정을 발동하는 데 충분한 참여가 이뤄질 수 있었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그 가능성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고 분석했다.

포스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부시 대통령의 교토의정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개탄스럽다고 비판하던 고이즈미 총리가 입장을 완화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보답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개혁에 지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산업기반이 거대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 협약이 불공평하게 미국의 경제를 위축시킨다며 이의 비준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반면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일본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이를 비준하면 협약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해 왔다.

따라서 일본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유럽 사이에서 중재를 통해 환경외교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온실가스 배출 삭감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의 기본 정신은 살려나가되 삭감폭과 연차 목표치를 수정하는 방안을 미측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1백68개국이 일본의 교토에 모여 서명한 교토기후협약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을 2010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5%를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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