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단속 강화 첫날 청계천] 볼멘소리 터져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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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운전자가 차 안에 없었으니 불법 주차입니다. " "우리도 먹고 살아야죠. 주차공간이 없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

서울시가 불법 주차 단속 권한을 전 공무원에게 확대한데 이어 취약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주차단속을 시작한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30분쯤. 비가 간간이 내리는 청계천 일대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단속 첫날을 맞아 30여명의 단속반이 청계 5가에서 2가 방향으로 이동하며 불법 주차 차량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복 8개 차로 가운데 4개 차로를 물건을 사러 온 승용차와 짐을 싣고 내리려는 화물차가 점령해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몰랐다. 게다가 일부 상인들과 화물차 운전자들은 차로에 달려나와 '대책없는 과잉단속' 이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 상인측 불만=청계천 세운상가 도로변에는 조업차량 전용 주차면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20년째 청계천에서 용달차 영업을 하고 있는 이형도(李炯道.58)씨는 "월 4만원을 내고 전용 주차면을 지정 받았지만 4~5대의 차량이 함께 사용하는 데다 다른 차량도 요금만 내면 이곳에 세울 수 있다" 고 말했다. 결국 필요할 때 주차면을 이용할 수 없어 다른 곳에 불법으로 주.정차하게 된다는 것.

역시 용달차 운전자인 김윤석(金潤錫.45)씨는 "주차위반 스티커를 3개만 끊겨도 3~4일치 일당이 고스란히 날아간다" 며 "단속차량이 나타나면 주위를 빙빙 돌 수밖에 없어 오히려 차량 정체를 가중시킨다" 고 말했다.

상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청계 4가에서 공업용 부품가게를 운영하는 이경춘(李京春.40)씨는 "주차단속이 심할수록 손님이 줄어든다" 며 "5분 이상 도로에 차를 세워두면 불법주차인데 차에서 물건을 내리려면 5분 가지고 어림도 없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시 입장과 숨바꼭질 단속=불법 주.정차 때문에 차량 통행이 어렵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시는 청계천 일대를 이태원과 영등포.난곡지역 등과 함께 교통 취약지역으로 지정, 집중단속에 나섰다.

이처럼 청계천 일대에서 주차단속이 강화되자 단속반을 피하려는 운전자들의 대응도 치밀해지고 있다.

주차 단속원 김모(32.여)씨는 "도로 주변 점포마다 망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며 "단속반이 나타나면 일제히 차를 뺐다가 사라지면 다시 차를 댄다" 고 말했다. 도로변 주차장에 빈 공간이 있어도 요금을 내지 않기 위해 불법주차를 일삼는 차량도 많다는 것.

이밖에 주차가 아닌 정차의 경우 서울시와 일선구청은 단속권이 없어 경찰측과 합동단속에 나서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2일부터 다시 집중단속을 강화한다.

백성호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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