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30주년 기념 무령왕릉 유물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국 고대미술사의 최대 보고로 일컬어진 백제 무령왕릉 발굴이 이달 5일로 30주년을 맞이한다. 당시 발굴된 2천9백여점의 유물을 통해, 기록 등이 남아 있지 않아 잘 알 수 없었던 백제사의 일부를 복원할 수 있었고 백제미술의 진수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더구나 무덤 내에 있는 묘지석을 통해 피장자(被葬者)를 알 수 있었던 최초의 왕릉이란 점에서 세기적인 발굴이라 할 수 있었다.

국립 공주박물관은 이를 기념해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 1천3백여점을 엄선해 22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발굴 이후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에서 목관(木棺)의 재질이 일본 규슈(九州)에서만 서식하는 금송(金松)이고 작은 나무 조각들도 일본의 특산 삼나무로 밝혀져 당시 백제가 일본과 활발히 교류했음을 알 수 있다.

왕과 왕비가 공통적으로 사용한 나무 베개와 발걸이(足座)에는 붓으로 갑(甲)과 을(乙)자가 쓰여 있어 이를 통해 백제인의 문자생활, 좌.우 개념의 표현방식을 엿볼 수 있다.

금동제(金銅製) 신발과 못 장식 등을 정밀분석한 결과, 이들 유물들이 모두 수은 아말감 도금법에 의해 완성됐으며, 순금 제품의 경우 가공 후 쉽게 파손되는 '경화현상' 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열처리를 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백제의 금속 가공 수준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백제의 유리 가공 실력 또한 상당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무덤에서 나온 유리제품은 일단 수량이 매우 많고 색깔과 형태가 다양한데, 이들 유리는 나트륨 성분이 10~18% 가량 들어 있는 소다유리로, 색깔을 내는 주요 성분이 각기 다르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령왕 목관 왼쪽에서 발견된 환두대도(環頭大刀)의 손잡이도 은실로만 감았던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표면세척을 통해 금실이 함께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환두대도 용(龍)문양 좌.우측에 꽃무늬 등이 새겨져 있는 것은 같은 모양의 환두대도가 발견된 천마총, 고령 지산동, 합천 옥천 고분군, 일본 규슈 지방 등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글자가 새겨진 벽돌(銘文塼)을 통해 무령왕릉의 축조시기가 512년으로 추정되는 점도 새로 알려진 사실이다.

유광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