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장길수 일가족 난민지위 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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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탈북자 장길수군 일가족 7명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26일 베이징(北京)의 량마허난루(亮馬河南路) 14호 타위안(塔園)외교인원 오피스 빌딩 2층에 위치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 판사처를 찾아 난민 지위를 신청한 張군 일가족의 처리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張군 일가족의 난민 신청은 중국 내 탈북자로는 처음으로 이들의 처리 여부에 따라 중국 내 많게는 수십만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탈북자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張군 일가족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오려면 세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는 UNHCR의 張군 일가족에 대한 난민 여부 판단이다.

전세계 난민에 대한 보호와 원조를 목적으로 1951년 설립된 UNHCR는 우선 張군 등 일가족이 난민인지 아닌지를 심사해야 한다. 단순한 경제적 이유로 탈북했다면 난민 지위를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됐을 경우 생명이 위협받는 등 분명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엔 난민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의 소식통에 따르면 아직 최종 판단은 아니지만, 콜린 미첼 UNHCR 베이징 판사처 대표는 張군 일가족을 난민으로 보아야 한다는 초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UNHCR가 이들을 난민으로 보게 되면 두번째 단계로 주재국, 즉 중국 정부와 협의해 동의를 얻어야 이들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탈북자를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온 불법 월경자(越境者)로 간주, 난민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6일 중국외교부의 장치웨(章啓月)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북한 사이엔 난민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는 기존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章대변인은 "이번 케이스는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아야 한다" 며 여운을 남겨 한가닥의 희망을 걸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난민이라고 동의할 경우 UNHCR는 張군 일가족이 망명지로 선택한 곳에 대한 알선으로 최종 업무를 마무리짓게 된다. 따라서 현재 관건은 중국 정부의 태도다.

UNHCR가 난민으로 인정한 張군 일가족을 단순한 불법 월경자로 결정하기도 어렵지만 난민으로 인정할 경우 제2, 제3의 張군이 나올 예정이어서 중국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베이징의 외교가에선 이같은 일이 언젠가는 터질 문제로 예견돼온 만큼 중국과 북한, UNHCR, 탈북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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