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경비력 일본의 4분의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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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20일 오전 10시 제주도에서 남동쪽으로 96㎞ 떨어진 해상.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2백t급 경비함이 우리 수역에서 경계 근무 중 동체에 '해상보안청(海上保安廳)' 이라고 쓰인 일본 초계기 한 대가 갑자기 나타나 일본측 수역의 경계선을 따라 낮게 비행했다.

혹시 우리 어선이 침범하지 않나 공중 감시하고 있었다. 한 시간 뒤 또 다른 초계기가 같은 지점을 지나갔다.

해경 관계자는 "우리 어선이 조금이라도 일본 수역에 들어가면 초계기가 곧바로 인근 경비함에 알려 검문하게 하고, 불법 조업 장면을 공중 촬영해 증거로 활용한다" 고 말했다.

1999년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된 뒤부터 일본은 초계기와 경비함을 연계한 입체적인 경비망을 구축해 우리 어선을 나포하고 있다.

일본에 나포된 우리 어선은 99년 23척, 2000년 25척, 올 들어 벌써 14척으로 증가 추세다. 협정이 발효되기 전인 98년에는 여섯척에 불과했다.

특히 일본은 자국 수역에 들어오는 우리 어선을 철저히 검문해 조업일지를 제대로 적지 않았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도 나포한다.

일본이 해상보안청을 '제2의 해군' 으로 양성하고, 중국이 20만명의 해양순찰군을 창설하는 등 90년대 들어 한반도 주변국들은 앞다퉈 해양 경비력을 키워왔다. 외형적인 경비력만 따져도 우리는 일본의 4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친다.

1천t급 이상의 대형 함정은 우리(해양경찰청)가 11척인 반면 일본(해상보안청)은 50척이다.

헬기는 우리가 9대, 일본이 44대다. 초계기를 포함한 비행기는 우리가 한대도 없는데, 일본은 29대를 보유하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출동할 수 있는 경비함의 대응 시간은 우리가 15시간, 일본이 6시간이다.

1백해리 이상의 수역에서 항공기가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가 전혀 없는 반면 일본은 한시간 내에 출동할 수 있다. 또 공해상에서 우리 어선이나 여객선이 기상 악화로 조난됐을 때 번번이 일본이 구조해 망신을 당하고 있다.

실제로 70년 이후 일본이 구조한 우리 선박은 3백60여척(5천여명)에 이른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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