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담배회사 이익 위해 한국에 통상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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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미국 정부가 관례를 깨고 담배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국 등에 통상압력을 넣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http://www.washingtonpost.com)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외국인의 담배 판매.생산을 허용하면서 40%의 기본관세율을 적용하려던 방침을 세웠으나 미 정부가 담배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이를 낮추도록 종용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임 행정부는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담배회사의 이익을 위한 무역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부시 행정부에서 달라졌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미무역대표부(USTR)가 이달 초 한국 정부에 의견서를 보내 수입담배 관세율 인하를 요구했던 것에 대해 "미국의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라 한국이 미국 담배회사에 대해 불공정한 조치를 취하려 하기 때문에 필요했던 절차" 라고 말했다.

USTR 대변인 리처드 밀스는 "한국 정부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담배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정책을 쓰려 했던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미국내 금연운동가들의 비난도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미 법무부가 피해배상 규모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담배소송을 '법정 밖 화해' 로 타결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이번 한국에 대한 담배관세율 인하건으로 부시 행정부의 친 기업적 성향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미국내 금연론자들은 "과거 미국 담배회사들이 미국 시장에서의 흡연율 감소를 아시아 국가 등의 점유율 확대로 메우려한 바람에 이 지역의 흡연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고 주장했다.

샬린 바셰프스키 전 USTR 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 위배되지 않고 특히 미국 담배회사에만 불이익을 주는 사항이 아니라면 (한국 정부 조치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무역 관료도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도 담배회사의 로비가 있었으나 거부했다" 고 밝혔다. 한편 외국산 담배에 대해 유럽연합(EU)은 57.6%, 멕시코는 67%, 캐나다가 12.5%, 미국이 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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