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기준 · 절차 공정성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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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과 절차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해 세무조사가 경제적 여건이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 임의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함께 선정 기준이 불투명하고 국세청이 조사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는 데다 조사 연기 및 이의신청권이 주어지지 않아 납세자의 권리가 침해받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납세자연합회(http://www.ktun.or.kr)가 26일 주최한 창립 2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김종식 세무사(경영학 박사)는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 제고 방안' 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金세무사는 한국과 미국의 세무조사 제도를 비교한 뒤 "현행 제도로는 납세자들이 제대로 조사받을 권리나 항변권이 사실상 봉쇄받는 실정" 이라며 "국세청 훈령으로 되어 있는 세무조사의 절차와 방법을 국세기본법이나 다른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수년 동안 세무조사를 받은 회사별 평균 추징세액이 급증하고 있다" 며 "이는 회사별 세금 탈루 규모가 커지고 있다기보다는 국세청이 사전 납세지도 활동보다 사후 세무조사를 통한 세금추징에 더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세무조사가 공정성.절차상의 문제를 넘어 정책 수단으로 변질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국세청이 ▶신설 법인이나 성실신고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면제하고▶경기침체를 고려해 특정 업종에 대해 일정기간 조사를 유예하거나▶세수(稅收)가 부진할 때 일선 세무서들이 경쟁적으로 조사를 강화하는 부분들은 세무조사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한국조세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도 발표자들은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조사 과정상 문제가 있어도 다들 쉬쉬하며 넘어갔다" 면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장할 세무조사 절차와 방법의 법제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공개와 관련, 김종식 세무사는 "그동안 조사 내용이 알려지지 않다보니 오해의 소지도 컸고 세법 해석 및 규정 적용방법 등과 같은 중요한 정보와 사례가 공유되지 않았다" 면서 "객관성을 높이고 회계처리상 실수와 세금 탈루의 반복을 줄인다는 점에서 납세자가 동의하면 국세청이 이를 공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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