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백년 대안' 국민토론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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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위기의 공(公)교육 어떻게 살릴 것인가' .

교육계.학계.정부.기업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한국 공교육의 위기와 해법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에서 26~27일 이틀간 열리는 '공교육 백년을 위한 대안' 국민 대토론회 (서울대 사범대 주최)가 그것.

첫날인 26일 토론을 벌인 교사.학생.학부모 대표들은 생생한 교육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위기에 처한 한국 공교육의 실상을 전하며 다양한 처방전을 쏟아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교과과목 축소, 커리큘럼 다양화 등이 제시됐다.

◇ "교육현장 붕괴 위기" =서울 구정고 김진성 교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기 직전에도 재학생 두명의 유학 허가서에 서명을 해줬다" 며 "교육이민.학교폭력 등으로 상징되는 학교붕괴 현상은 정책담당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고 말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경남 거창의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3학년 정재원군은 "대부분의 학생은 학교를 '고통의 공간' 으로 생각하고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 인창고 2학년 황두영군도 "단 하나의 시간표로 대변되는 획일화 앞에 창의력 개발.다양성 존중이라는 구호는 사라지고 우리는 교과서를 앵무새처럼 외우기만 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정부가 투자는 안하고 간섭만" =토론자들은 공교육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교육인적자원부의 지나친 규제, 열악한 교육재정 등을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정범모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학생이 여섯명인 농촌지역 학교까지 우열반을 만들었다고 한다" 며 교육당국의 획일적 정책집행을 꼬집었다.

그는 "교육부 권한의 대폭 축소와 학교.교사의 자율성 확대가 문제해결의 열쇠" 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 언북중 김창학 교사는 "교사들이 학생.학부모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은 도덕성.전문성을 확보하려는 교사들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한 탓도 크다" 며 "내부의 자발적인 각성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 '고교평준화 유지' 놓고 격론=위기의 해법을 두고 토론자들간에 가장 현격한 시각차를 보인 것은 '고교 평준화 유지' 문제.

구정고 金교장은 "지금의 교육 평준화는 사교육비 절감.교육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실패한 정책이며 우등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같이 망치고 있다" 며 "위기 타개를 위해 평준화 폐지는 불가피하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김영삼 정책기획국장은 "정부가 최근 대안으로 내놓은 자립형 사립고는 과대 팽창된 사교육 자본이 공교육까지 넘보는데서 나온 기형적 발상일 뿐" 이라며 "현재의 '교육 시장화 정책' 은 우리 교육을 국민적 기초학력이 저하되는 남아메리카형으로 전락시키고 말 것" 이라고 주장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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