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에스트라다 소환 또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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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횡령과 부패.독직.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전 대통령 처리를 둘러싸고 필리핀 고위층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필리핀 반부패법정이 27일로 잡혀 있던 횡령혐의에 대한 에스트라다 소환을 또 다시 연기해 7월 10일 열기로 하자 군부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등 내부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죄인 횡령혐의 외에 이보다 가벼운 범죄인 위증혐의에 관한 공판은 당초 일정대로 27일 오후 3시 열릴 예정이지만 이 역시 에스트라다의 안전과 발생할지 모를 군중시위를 문제삼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반부패법정은 25일 횡령에 관한 법률이 비헌법적이고 모호하다는 에스트라다측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헌법 검토작업을 충분히 거친 후 에스트라다를 소환하겠다" 며 횡령혐의 공판을 연기했다.

하지만 위증혐의에 대해서도 이미 세번이나 소환을 연기했기 때문에 이같은 이유는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여론이 만만치 않다.

에스트라다 소환연기 소식을 접한 고위 군 관계자는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거냐" 며 반부패법정을 거세게 비난했다.

결국 에스트라다 전격체포라는 무리수를 뒀던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정권이 폭동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으면서 에스트라다 처리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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