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매수주체 실종에 주가 방향 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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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시에 매수 주체가 실종되면서 주가도 방향을 잃어버렸다.

시장을 주도해야 할 외국인과 기관은 팔짱을 낀 채 순매수.순매도를 하루 걸러 넘나들고, 개인은 눈치를 살피며 찔끔찔끔 주식을 사들이는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량.거래대금이 줄고 고객예탁금도 자꾸 빠져나가고 있다.

동부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기관과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이는 한 주가가 탄력을 받기 어렵다" 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이나 연기금의 대규모 매수처럼 대형 변수가 튀어 나오지 않으면 매수주체 부재 현상은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사라진 매수 주체=올 들어 거래소.코스닥에서 5조2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주식을 내다파는 데 열심이다. 26일에도 7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이달 들어 순매도액이 4천6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기관들은 증시 버팀목 역할을 못하고 있다. 6월 들어 2천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올해 3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앞두고 기관들의 선취매도 뚝 끊긴 상태다.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개인들도 시장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개인들은 이달 중순부터 5천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지만 매수 종목이 집중되지 않고, 여러 종목을 갈아타며 순환매와 단타매매에 치중하고 있다.

LG투자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미국 증시 약세에 영향을 받고, 기관들은 주식형 펀드로 돈이 유입되지 않아 섣불리 나설 입장이 아니다" 며 "증시 참가자들이 갈수록 향후 장세에 자신감을 잃고 있다" 고 지적했다

◇ 줄어드는 예탁금.거래량=고객예탁금이 지난 5월 24일 9조5천억원을 기록한 후 한달간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25일 현재는 8조3천93억원.

예탁금 감소는 들어오는 신규자금은 말라 가고, 개인들이 예탁금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외국인.기관이 주식 매수를 머뭇거리자 개인들도 채권시장과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단기적으로 굴릴 뿐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은행 예금은 사상 처음으로 4백조원을 돌파됐을 정도다.

이와 함께 지수가 하락하면서 거래도 소강상태를 보여 거래량과 거래대금까지 줄고 있다. 26일 거래소 시장에서 거래량은 6월 이후 가장 낮은 3억1천만주를 기록했고, 거래대금도 1조6천억원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 거래량도 이달 들어 지난 5월보다 30% 가량 줄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수석연구원은 "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원활한 매물소화가 중요한데 매수주체가 사라지고 예탁금.거래량이 줄어 갈수록 추가 상승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고 분석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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