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테이블] 수입선 다변화 폐지 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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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1999년 6월 말 완전 폐지된 지 2년이 됐다.

폐지 이후 자동차회사로는 도요타(http://www.toyota.co.kr)가 지난해 3월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 진출을 본격화했다.

가전업계에서는 JVC(http://www.jvc-korea.co.kr)가 지난해 10월,

파나소닉(http://www.panasonic.co.kr)이 지난 4월 한국법인을 세워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캠코더).미니 오디오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다변화제도 폐지 후의 성과와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업체의 국내 지사장과 관계자들이 모였다.

사회는 한국무역협회 객원연구원인 김도형 계명대 교수가 맡았다.

패널로는 한국도요타자동차의 야스노 히데야키 사장, JVC코리아의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 일본무역진흥회(JETRO) 서울사무소의 나카자와 노리오 산업조사부장이 참석했다.

▶사회〓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폐지할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전반적인 경쟁을 촉진한다는 면에서 폐지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간의 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야스노 히데야키〓99년 이전에는 미국산 아발론 모델을 도요타상사를 통해 한해에 2백50대 정도 팔았다. 올 초부터 일본산 렉서스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판매했다.

지난달까지 3백20여대를 팔았다. 올해 목표가 8백~9백대여서 아직 만족 여부를 말하기엔 이른 것 같다.

외환위기 이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데다 한국의 자동차 수입관세(8%)가 다른 나라(일본 0%.영국 2.5%)에 비해 높다.

렉서스 최고급 모델인 LS430의 가격이 현대 에쿠스의 두배 가량이다. 한국차와의 가격차가 30% 내로 줄어들기 전에는 판매가 비약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데구치 요시오〓성과에 만족한다. JVC는 일본 3대 가전 회사인데도 한국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 그러나 한국법인 설립 이후 JVC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제품판매는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와 미니 오디오 중심으로 하고 있다. 다른 제품은 삼성.LG 등 한국산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2~3년 안에 한국의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와 미니 오디오 시장에서 25~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나카자와 노리오〓수입선 다변화 제도의 폐지로 한국의 무역제도가 비로소 정상화했다. 99년 48개 품목을 수입제한에서 풀었는데, 사실 그전에는 한국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신청을 차별적으로 받아주는 편법이 사용됐다.

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으니까 수입가격이 높아졌고, 수입제한 품목을 부품 또는 장비로 사용하던 한국 기업에는 비용이 높아지는 악영향을 끼쳤다. 48개 품목의 수입액은 98년 2억3천만달러에서 지난해 6억5천만달러로 약 세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사회〓일본 제품의 본격 진출이 한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보는가.

▶야스노〓도요타의 진출이 한국 자동차시장에 준 영향은 미미하다. 지난해 수입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0.4%(약 4천4백대)였다. 올해 우리가 8백대를 판다 하더라도 한국 시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사실 중.소형차를 팔아야 시장판도가 달라지는데 지금으로선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들여올 수가 없다.

한국은 관세도 높고 자동차 품질인증 제도가 매우 복잡하다. 혼다나 미쓰비시 같은 회사도 아직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데구치〓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은 영향을 받았다. 삼성도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소니.JVC와 같은 일본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의 경우 시장의 80% 정도를 수입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중 일본 제품의 비중이 94%나 된다.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제품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한국 기업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나카자와〓일단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품질의 부품을 조달할 수 있고, 라이벌의 출현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직 한국 산업은 전반적으로 경쟁구조가 부족하다.

한국이 자국산업 보호에 신경을 쓰는 동안 중국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보호보다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사회〓한국에서 장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야스노〓한국에서 수입차를 타는 사람은 대체로 회사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인데 평일에는 국산차, 주말에는 수입차를 탄다고 들었다. 수입차를 타고 거래처에 가면 "당신은 부자니까 제품가격을 더 깎아달라" 고 한다는 것이다.

수입차를 사면 세무조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사실 예전 일본에서도 수입차는 벼락부자.연예인.조직폭력배(야쿠자)들이 타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엔 고소득 전문직 여성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이데구치〓한국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에 독점계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제품에 대해 판매독점을 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의 유통과정은 선진국에 비해 단계가 복잡하다.

가급적 중간 단계를 없애 제품을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리=서익재 기자

◇ 수입선 다변화 제도란=취약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1978년부터 99년까지 운영한 제도다. 무역역조가 심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품목 중 다른 나라에서도 수입할 수 있는 품목이 있으면 수입선을 그 나라로 바꾸도록 하는 제도.

실제로는 일본을 대상으로 운영했으며 전자.자동차.기계 등 3대 산업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대상품목은 78년 3백44건 지정 후 계속 감소했으며, 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이 제도의 조기 폐지를 요구해 99년 6월 말 완전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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