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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국유제로 가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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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강도의 투기대책이 또 나왔다. 이번에는 의무적 토지거래허가제, 임야 취득자격 제한이지만 그것 말고도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참여정부 들어 터져 나온 투기억제책은 다양하고 많다.

이와 관련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잠시 주춤하겠지만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 뒤 부동산값이 다시 들먹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전반적 경기활성화가 빨리 올수록 그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규제로 인해 당장은 값이 낮아지고 거래가 위축되지만, 그 낮아진 가격에서 다시 상승은 시작된다.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은 미래의 가격 상승효과를 더욱 크게 한다. 본래 시장은 그런 것이다.

우리보다 보유세 부담이 큰 미국에서도 최근 1~2년 사이 집값이 30%나 올랐다는 사실은 필자의 예측을 뒷받침해준다. 참여정부 들어 고강도 대책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욱 센 처방을 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투기대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사유재산제가 남아 있는 한, 인간은 집과 땅을 가지고 돈을 벌려 애쓸 것이고 투기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 문제를 없애려면 부동산 거래를 금지해 시장을 없애야 한다. 그러면 시장가격도 사라질 테니 개발이익도, 투기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주장대로 토지가치의 100%를 환수하는 제도 역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실질적인 사유재산제 폐지를 뜻한다. 한 평의 땅을 구하려 해도, 집 한 채를 처분하려 해도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국유재산제에 가깝다. 어쩌면 참여정부의 토지철학은 그쪽을 향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분양가를 높이 받는다고 세무조사를 하고, 토지를 동네 사람에게만 팔라고 강요하며, 지방정부가 걷지 않겠다는 토지지방세를 거두라고 강요할 수 있나. 주택에서 나오는 이익은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사유재산이라면 거기서 나오는 이익도 소유자의 것이 됨이 원칙이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때 비로소 정당화된다. 그런데 토지.주택의 소유와 거래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다.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거래가 성립한다. 사기나 강탈을 통해 취득한 게 아닌 데도 주택.토지 소유를 범죄시하는 것은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다.

물론 거품이 발생할 때는 개별적 거래가 사회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가격이 거품이라는 증거는 없다. 세금을 높이고 거래를 제한한다고 해서 거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거품 처방은 통화량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다. 끝없이 새로운 규제를 쏟아내면 제도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오히려 시장가격과 근본가치 간의 괴리 가능성은 커지기 십상이다.

주택정책의 목표는 국민의 주거를 편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주택이 많이 지어져야 한다. 투기 억제로는 한 평의 주택도 늘릴 수 없다. 오히려 줄일 뿐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국가의 토지 소유는 늘 폭정의 기반이 되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조선 왕조의 압제는 백성들이 국가의 소작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초로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아테네가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토지 사유제를 공식적으로 정착시킨 지역이었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튼튼한 사유재산제 없이는 자유민주주의도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가 당장 토지국유제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토지의 취득과 판매에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국유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거기에 상당히 가까이 와 있다. 새삼스럽긴 하지만 토지가 사유재산임을 다짐해야 할 때가 왔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