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닥쳤는데… 작년 수해 아직 공사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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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96년과 99년, 그리고 지난해 등 세차례나 집중호우로 주택과 공장.농경지가 침수됐던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 차탄천 일대에는 현재 길이 4백50m, 높이 12m 가량의 둑을 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천 한쪽에만 둑을 쌓았다가 맞은편 지역의 침수피해를 키웠던 연천군은 지난해 10월 23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8월말 완공을 목표로 맞은편에도 둑을 쌓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장마철이 닥쳤는데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하천 아래쪽에 위치한 한성섬유 부지에는 이전비 부담 문제로 둑을 쌓지 않아 집중호우 때 그곳으로 물이 넘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습 수해지역의 피해 복구 및 근본대책이 지지부진해 올해도 수해가 나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 실태=최근 5년 사이에 세차례 침수피해를 본 의정부시 호원동 445 일대 저지대에 침수방지를 위해 설치키로 한 간이펌프장은 10억4천7백만원의 예산 마련이 지연되는 바람에 23일에나 공개입찰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우기가 끝날 때까지도 완공은 불가능한 상태다.

96년과 99년 두차례 침수로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임진강변 연천군 백학면 두일지구도 연천군이 1백30억원의 배수펌프장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완공시기가 불투명하다.

문산.파주읍 일대 농경지와 일부 주택을 두차례나 침수시켰던 동문천의 하상폭을 넓히고 둑을 높이는 개수공사도 4.3㎞ 구간 중 미군부대 3백m 구간은 미군측과의 협의문제로 진척이 안되고 있다.

◇ 원인=경기도 2청에 따르면 99년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기북부지역의 수해상습지 62곳 가운데 개선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원인은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다. 총공사비의 3분의 2는 국비에서, 나머지는 도비로 충당하도록 돼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

◇ 대책=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李錫雨.43)사무국장은 "정부는 수해가 터질 때마다 '예산을 많이 투입해 항구적인 수방대책을 수립하겠다' 고 입버릇처럼 발표하지만 장마만 닥치면 예산타령을 늘어놓는다" 며 "장.단기 수해대책을 전담할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예산 확보 및 신속한 집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연천.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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