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급 언론에 재벌급 과징금 부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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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천억원대의 세금추징이 발표된 언론사들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형 신문사라고 해도 연간 매출액이 3천억원대로 중소기업 수준인 신문업에서 총 2백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됨에 따라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매출액이 수조~수십조원인 30대 그룹과 공기업들도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수십억원(SK 78억원.롯데 22억원.금호 15억원.포철 36억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언론사에 대한 과징금이 지나치게 높이 매겨졌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또 당초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포괄적 시장개선 대책을 실행하겠다며 갑자기 언론사를 조사대상에 포함했는데 정작 조사는 소비자 불편과 거리가 있는 부당 내부거래에 치중됐다. 상당수 언론사가 공정위의 적발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이의신청.행정소송을 낼 태세여서 파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 무엇이 적발됐나=본사와 계열사간 지원이 문제가 됐다. 주로 인쇄위탁이나 광고게재 등 일상적인 신문발행 업무 과정에서 부당지원 판정을 받은 것이 많다. 계열 인쇄소에 인쇄비를 많이 주거나 늦게 받거나 받지 않은 것과 계열사 광고 무료 게재 등이 그것이다.

분사한 계열사에 사무실을 싸게 빌려주었거나 인력을 파견한 것도 적발됐다. 계열사의 기업어음을 싸게 매입하거나 진성어음을 제공해 저리자금을 쓸 수 있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삼성에서 계열분리한 뒤 지원받은 것이 없었지만 계열분리 이전에 지원이 이뤄진 혐의가 적발됐다. 조선일보는 계열 인쇄회사에 인쇄비를 많이 주고 디지틀조선이 전광판 사용료를 받지 않거나 늦게 받은 것이 부당지원으로 간주됐다.

공정위는 문화일보와 경향신문의 경우 각각 현대와 한화그룹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사무실 무상임대.광고비 과다지급 등을 통해 각각 49억원과 26억원의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동아.한국.국민일보판매 등은 비상장 주식을 사주의 친인척 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등에게 싸게 팔거나 비싸게 사주는 등의 지원을 한 혐의가 적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아의 경우 23억원, 한국은 13억원, 국민일보판매는 22억원이 이런 식으로 부당 지원됐다" 고 말했다.

공정위는 방송사의 부당지원행위도 신문사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로 계열사에 프로그램 제작비나 위탁용역비를 많이 지급한 경우였다. 짧은 광고를 통해 계열사를 무료로 광고해 주거나, 계열사에 파견한 인력의 인건비를 부담하거나 예금담보를 빌려줘 저리대출을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 언론사 반론=중앙.조선.동아.한국.국민일보와 경향신문.대한매일 등은 이날 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결정에 승복하기 어렵다는 입장과 함께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 적법한 구제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일부 방송사와 신문사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상렬.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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