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미 캐피탈 그룹, 한국증시에 버팀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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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재정경제부의 핵심.관료는 "캐피털그룹이 움직이면 국내는 물론.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인다" 며 "캐피털그룹의 동향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부상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캐피털그룹(http://www.capgroup.com)은 1931년 설립돼 전세계적으로 3천2백5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이 그룹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4조원 가량을 투입해 물밑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캐피털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회사인 캐피털 리서치 앤드 매니지먼트 컴퍼니(CRMC)와 캐피털그룹 인터내셔널 인코퍼레이티드(CGII) 등을 통해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현대자동차.하이트맥주 등 국내 우량주를 대량 매입했다.

그래서 삼성이나 현대차의 최고경영진은 해외투자설명회(IR)를 할 때 푸트남 템플턴과 함께 캐피털그룹을 꼭 방문해 경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증권 황봉목 국제영업팀장은 "캐피털그룹은 한국이 신흥시장 중에서 반도체.자동차.철강 등의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고 보고 있다" 며 "철저한 기업분석을 바탕으로 우량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때문에 캐피털그룹의 한국 투자비중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 우량주 집중매입=캐피털그룹의 연기금 펀드 운용사인 CRMC는 지난해 9월 이후 삼성SDI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지분율을 8%로 늘렸다. 캐피털그룹의 뮤추얼 펀드 운용사인 CGII가 이미 삼성SDI 지분을 12.12% 보유하고 있어 캐피털그룹 지분은 20.12%로 늘어나 단일 최대 주주인 삼성전자(20%)를 웃돈다.

이 그룹은 지난 3월부터 제일기획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5%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포항제철 주식도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히 사들여 지분율이 5%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털그룹은 삼성전자를 5.01% 갖고 있어 3대 주주이며, 삼성전기와 현대자동차 지분도 각각 11.38%와 8.07%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캐피털그룹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은 금강고려화학.메디슨.삼성화재.신성이엔지.아남반도체.LG전선.하이닉스반도체.한국전기초자.한미은행 등이다.

◇ 장기 투자수익 확보에 주력=로스앤젤레스와 런던.홍콩.싱가포르.도쿄 등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이 그룹의 산하 펀드들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 그룹의 도쿄지사 기업분석가는 한달에 일주일 정도 한국에 건너와 10개 안팎의 기업을 탐방하며 최고경영자들에게 경영방침을 듣고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캐피털그룹은 국내 증시에서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피델리티.워버그.템플턴.야누스 등보다 더 큰손" 이라며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와 달리 장기투자하는 뮤추얼 펀드 성격이 강해 국내 증시 안정에 힘이 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허귀식.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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