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 엔화 동반하락…업 · 종목별 희비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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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1일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3백2원까지 하락하면서 업종과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을 많이 하고 원자재수입 비중이 작은 기업들은 미소를 짓고, 수입가격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음식료.정유 등 내수 업종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고질화된 일본경제의 부진으로 엔화가치가 자꾸 떨어지고 있어 원화 환율은 당분간 중요한 투자 잣대로 등장할 전망이다.

◇ 환율 상승하면 늘어나는 외국인 매도=외국인들은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팔자로 돌아선다. 올 들어 원화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주식 매입에 주춤거리면서 파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은 달러당 1천2백50원대에서 가장 많은 9천8백1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환율이 1천3백30원을 넘어서자 2천2백7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거래소 시장의 경우 환율이 1천2백80원대에서 순매수 규모가 8천5백99억원이었지만 1천2백90원대에서는 순매수가 6천1백48억원으로 줄었다.

신흥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달러당 1천2백90원대를 적정 환율로 보고 있는 외국인들이 1천3백10원에 도달하면 매도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 업종.종목별 명암=조선.자동차.석유화학.화섬 등의 업종은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몫이 크고 원자재 수입 비중이 작아 환율상승의 덕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반면 외화부채가 많은 대한항공.한국전력.한진해운 등은 환율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로 주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이 많이 보유한 반도체주.통신주 블루칩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환율 움직임에 따라 대량 매도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르기 시작한 환율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이 대표적인 환율 수혜 업종으로 부각되면서 지난 1주일간 7% 올랐고 외국인 지분율도 6.2%에서 6.75%로 높아졌다.

현대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달러 수입이 달러로 나가는 비용보다 27억달러 많아 원화가치가 10원 떨어지면 주당순이익이 5% 증가한다" 며 "환율상승에 따라 곧 조선업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은 지난 일주일간 주가가 5% 가량 떨어졌다. 매출의 40%가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환율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전기전자.통신업종이 타격을 받는다" 며 "일본 엔화의 향방을 주목해야 한다" 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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