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수술대 올라… 국민 신뢰 추락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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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 일류 수사기관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술대에 올랐다. '국민 신뢰 추락' 이라는 병을 진단받아 개혁의 칼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은 FBI에 수치스런 날이었다. 미 상원 법사위가 FBI 개혁을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상원이 여소야대로 바뀌는 바람에 새 위원장이 된 민주당의 패트릭 리 의원(버몬트)은 "오랫동안 FBI는 여러 법 집행기관 중 왕관의 보석으로 인정받았는데 광채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 며 "지금 많은 미국인에게 FBI는 신뢰할 수 없는 기관이 돼 있다" 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적잖은 국민이 FBI의 독립성이 오히려 편협한 오만으로 바뀌어버렸다고 실망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FBI는 최근 여러 가지 설상가상(雪上加霜)형 스캔들에 시달려왔다. 대만 출신 핵 과학자 리원허(李文和)에 대한 과잉수사로 빈축을 사다가 오클라호마시 연방청사 폭파범 티모시 맥베이 사건의 수사기록 수천 페이지를 변호인단에게 건네주지 않아 맥베이 사형집행이 한달 가량 연기되는 사태를 초래했다.

독극물 주입 전까지도 맥베이가 '거사(擧事)' 동기라고 주장한 FBI의 1993년 4월 다윗파 수사는 여전히 시빗거리로 남아 있다. FBI가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사교도 다윗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신도 등 80명이 숨졌다.

과잉수사뿐 아니라 조직의 기강도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고위 FBI 요원 로버트 한센은 85년부터 1백40만달러의 현금과 다이아몬드를 받고 동료요원의 목이 걸려 있는 정보를 러시아에 팔아 넘겼다. 법사위 청문회는 그가 어떻게 15년간이나 적발되지 않고 조직에 독약을 흘려넣고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스캔들은 꼬리를 물어 지난주 한 요원이 19개월 동안 수천달러를 받고 마피아와 형사사건 변호사들에게 기관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의회와 여론의 질타가 뜨겁자 급기야 FBI를 감독하고 있는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이날 법무부 고위관리들로 구성되는 특별팀이 내년 1월 1일까지 개혁안을 만들어 내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수술작업에는 민간회사도 참여해 오는 11월 1일까지 운영개선안을 마련하게 된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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