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서비스] 경남 하동군 '민원인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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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24일 오전 경남 하동군청 민원실에 경계측량 신청을 하러 갔던 姜동주(48 ·하동군 화개면 덕은리)씨는 한복을 입은 여직원들로부터 꽃다발과 2만원짜리 상품권을 받고는 얼떨떨했다.

잔잔한 클랙식 음악이 흐르는 민원실 실내는 마치 백화점이나 호텔같은 분위기였다.

姜씨는 "집을 보수하기 위해 측량을 신청하러 갔다가 달라진 민원실에 놀랐고 뜻밖의 선물까지 받고 보니 자주 들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지난 1월부터 매달 세째주 금요일을 '민원인의 날'로 정해놓고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이날엔 민원실 분위기부터 유별나다.민원실에 근무하는 여직원 15명은 한복,남자 직원 25명은 정장을 입고 근무한다.민원실 입구에는 여직원들이 서서 민원인들에게 90도로 인사하고 녹차 등 간단한 다과를 대접한다.

노약자 ·장애인들이 들어오면 부축해서 자리에 앉힌 다음 직원들이 대신 처리해 준다.클래식 음악도 틀어준다.

민원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이벤트는 姜씨처럼 '행운의 민원인'에 선정되는 것이다.

특정시간에 민원을 신청하는 민원인에게 축하음악과 함께 모든 직원들이 일어나 박수를 쳐준다.2명에게는 꽃다발과 2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고 5명에게는 온천목욕권을 선물한다.

민원인들이 편리하게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조직도 정비했다.5개 업무분야 담당자 가운데 복합민원 담당자를 별도로 지정해 여러 부서에 걸쳐있는 민원을 한번 접수로 처리해준다.

예를 들어 집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를 내려면 산림훼손허가 ·농지전용허가 ·지목변경허가 등 10여종의 민원을 담당자를 찾아다니면서 해결해야 하는데 하동군청에서는 민원인이 해당부서를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복합민원 담당자가 한번에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관위측이 최근 '행운의 민원인 선정'이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금지하고 나서 하동군은 새로운 이벤트를 마련 중이다.매달 선정된 민원인을 '군민의 날'등 군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청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金연석 민원실장(54)은 "민원인인 군민들에게 최소한 은행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하동=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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