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논란 속 개발 앞다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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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영화 '스타워즈' 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일까.

미국이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강행키로 결정함에 따라 전세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러시아.중국은 미국의 계획을 강력하게 비난하는가 하면 일본은 미국의 동참 요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제는 공격해 오는 미사일을 지상이나 우주에서 레이저로 요격하기 위한 방어망. 이 계획을 계기로 레이저 무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의료.통신.공작기기.측정.탐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레이저는 8천도의 고열을 내는 강력한 에너지를 갖는 빛이다.

햇빛을 볼록렌즈로 모으면 종이를 태울 수 있듯 이 레이저를 거대한 볼록렌즈나 거울로 모아 쏘면 미사일.비행기.탱크 등을 파괴할 수 있다.

미국.러시아.이스라엘 등 각국에서 개발 중인 주요 레이저 무기로는 ▶미사일 요격용 위성▶개인 레이저 소총▶화생방 원격 탐지기 등이다.

◇ 미사일 요격용 위성=현재 미국이 중점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무기다. 지상 1천3백여㎞에 떠 있다가 적의 미사일이 점화 단계에 있을 때 요격한다는 구상이다.

목표물까지 빛의 속도로 직진하는 레이저의 특성이 이처럼 빠른 요격을 가능하게 한다.

레이저는 중간에 약해지지 않는다면 발사 뒤 1초 만에 지구 둘레의 일곱바퀴반에 해당하는 약 30만㎞ 밖의 목표물을 맞힐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미국은 12~20기의 미사일 요격용 위성을 띄워놓고, 한기가 반경 4천~5천㎞의 구역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4백13명이 탈 수 있는 보잉-747기를 개조해 공중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기 중에서 레이저 강도의 손실이 비교적 작은 산소요오드로 만드는 화학레이저(COIL)를 사용하며, 강도는 수백만w급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백w짜리 백열등을 수만개 켤 수 있는 전력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유효 사정거리가 2천~3천㎞다.

이런 강력한 레이저를 목표물에 쏘기 위해서는 지름 4~20m의 초대형 렌즈나 반사거울이 필요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헬리콥터나 수송기 등에 장착해 미사일을 잡을 수 있는 소형 레이저 무기를 최근 개발, 국경에 배치하고 있다.

◇ 개인 레이저 소총=1972년 미국이 공개한 레이저 소총은 8㎞ 떨어진 인체에 지름 6㎜의 구멍을 낼 정도로 강력했다.

최근에는 레이저 기술의 발달로 개머리판에 넣을 정도의 건전지로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다.

레이저 소총은 적군을 사살하는 것보다는 눈을 멀게 하는 쪽으로 개발됐다. 레이저 무기의 권위자인 광주과학기술원 이종민 교수는 "현재 개발된 레이저 소총은 지름 5m 정도의 레이저를 쏘아 1㎞ 정도의 거리에 있는 적군의 눈을 멀게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 화생방 탐지용 무기=레이저는 적의 화생방 공격을 수십㎞ 밖에서 정확하게 알아내는데도 사용된다.

미국은 헬리콥터에 탑재해 30㎞ 거리의 생물학 무기를 탐지하는 무기를 1996년 개발했다. 3㎞ 거리에서 탐지가 가능한 차량 탑재형은 98년에 개발했다.

병균 등과 부딪쳐 발사지점으로 되돌아 오는 레이저의 파형을 분석하는 것이 원리. 병균이나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레이저 파형이 달라지기 때문에 병균 종류와 퍼뜨린 지역 등을 수십㎞ 밖에서 알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차형기 박사는 "수십㎞ 밖에 어떤 물질이 오염돼 있는지를 입체 컬러 영상으로 만들 수 있어 현대전의 필수장비" 라고 말했다.

◇ 어떻게 파괴하나=이종민 교수가 개발한 6백w급 공업용 레이저의 경우 5m 앞의 붉은 벽돌을 1초 만에 녹일 수 있다.

몇초만 더 있으면 구멍이 뚫린다.

이보다 수만배 더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하는 미사일 요격용 위성은 적군의 미사일 뇌관이나 탱크의 연료통 등을 명중시켜 폭발하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좀더 약한 레이저로 미사일이나 탱크.전투기 등의 전자회로를 고열로 망가뜨려 못쓰게 하기도 한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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