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유학 축소 구조조정에 '진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유교 정신' 이 교시인 6백년 전통의 성균관대가 분규에 휩싸였다.

유학(儒學) 관련 학부의 위상을 축소시키는 쪽으로 추진되는 대학측 구조조정안에 해당 교수.학생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의 유림(儒林)들도 가세한 형국이다.

분규의 진원은 대학측이 이달 초 마련한 교육 구조조정안. 기존의 23개 학부 57개 전공을 내년부터 11개 단과대 6학부 47개 학과로 바꾸는 내용이다.

유학.동양학부가 인문대의 일반 학과 수준으로 축소되고, 학부 내 유교철학과 등 3개 학과가 모두 없어진다. "지원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 (김혁 교무처장)는 것. 이에 유학.동양학부 교수들은 지난 13일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유학학부 축소에 반대 투쟁을 다짐한다" 며 학부장실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대학원생 대표 박광영(29.박사4학기)씨는 "전통은 무시한 채 상업논리를 앞세워 경영학.법학.의대 중심의 학교를 만들자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성균관유도회 최창학 부회장은 "이 안이 통과되면 '성균관' 이름을 빼앗아 다른 대학을 세우겠다" 고까지 했다.

기존 학과가 폐지될 응용화학부 등 25개 다른 학과 교수들도 구조조정안의 백지화를 요구 중이다.

그러나 대학 고위 관계자는 "시장주의 원칙에 충실하려는 학교측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고 강조했다.

손민호.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