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주둔 15개 지자체 피해보상 특별법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지난해 11월 대구시 남구에서는 봉덕동의 미군기지 캠프 워커에서 4천갤런의 기름이 누출돼 토양오염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사고 이후 대구 남구청은 이 부대와 3개월여간 씨름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조사반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으나 이나마도 지난달부터는 미군측의 협조거부로 중단돼 있다.

이처럼 미군기지로 인해 지역발전계획과 주민생활 보호에 어려움을 겪는 기초자치단체들이 피해보상 및 권익보호를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전국 15개 자치단체들로 지난해 6월 발족된 미군기지주둔지역자치단체장협의회는 19일 대구 남구청에서 '미군 공여지역 지원 및 주민권익 보호에 관한 법률안' 을 발표하고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청원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미군기지 이전 및 반환에 대한 해당 지자체의 심의 요청권▶미군기지 주둔 지역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권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미군 주둔에 따른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피해를 국가가 보전하고, 그동안 중앙정부가 독점했던 미군 문제 협상에 해당 자치단체가 일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법안 제14조는 지방자치단체 등은 공익사업의 시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방부장관에게 미군기지 이전을 요청할 수 있으며, 국방부장관은 요청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미국 정부에 주한미군지위협정의 재검토를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안은 또 중앙행정기관이 미군공여지역에 건축 고도제한 등의 행정규제를 할 경우 미군공여지역발전중앙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했다.

법안은 이와 함께 미군 주둔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종토세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원토록 했다. 이밖에 미군시설내 슬롯머신.골프장 등의 내국인 이용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해 해당 지자체 주민복지재원으로 쓰도록 했다.

대구=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